3. 3가지 서원
성 베네딕도가 수도자들에게 요구한 서원은 세가지로 순명, 정주(定住), 수도자다운 생활의 전향이다(수도규칙 58,17 참조). 그리고 겸손은 그의 가르침의 요약이다(수도규칙 7장 참조).
그에 의하면 수도자는 생활 전향이라는 철저한 회심을 통해 침묵, 고독, 절제 등 전통 은수자적 요소를 보존하면서 공동체에 정주하여, 겸손되이 규칙과 아빠스에 순명하면서 기도, 독서(lection civina) 그리고 노동을 실천하는 중에 하느님을 찾는데 전념하는 사람이다.
3.3.1 순명
수도자는 성서 말씀과 전통이 요구하는 것들과 공동체의 규칙, 그리고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원장에게 순명해야 한다(수도규칙 2,1 63, 13 참조). 이 순명은 불분명으로 인해 범한 죄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하느님께 되돌아감을 뜻하는 것이다(수도규칙 서론 2 참조).
그리스도께서 성부께 순명하셨듯이 그분을 본받아 수도자는 자신의 의지를 버리고 장상에게 순명해야 한다(수도규칙 서론 35,7 137,34 참조).
베네딕도에 의하면 순명은 겸손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덕으로서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은 어느 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소중히 여기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는 일이며, 장상으로부터 명령받을 때 그것을 하느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여 지체없이 실행하는 자세이다(수도규칙 5,1-4 참조).
수도자는 힘든 일이나 불가능한 일을 명령받았을 경우 일단 순종의 자세로 받아들일 것이며 적절한 때에 불가능한 사유를 장상에게 설명한다. 그렇게 한 후에도 장상이 이미 결정한 명령을 고수할 경우엔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한 줄 알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으며 사랑으로 순종해야 한다(수도규틱 68,1-5 참조). 순명은 장상에 대해서 뿐 아니라 형제들 사이에서도 서로 요구되는 것이다(수도규칙 71,1-2 참조).
3.3.2 정주(定住)
베네딕도는 그의 「수도규칙」에서 「정주」라는 낱말을 「항구심」, 「인내심」이라는 낱말과 같이 사용한다. 정주는 정해진 곳을 떠나지 않고 머무른다는 하나의 규칙대로 살기로 서원한 수도원에 일생 동안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해진 장소에 신체적 머물음이란 국한된 개념이 아니고 한 번 정한 마음을 끝까지 바꾸지 않는 내적 견실성과 항구성을 포함한다(58, 9 참조).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이 정주서원으로 공동체에 견고히 결속되어, 공동생활의 부담을 벗어버리려는 자세의 이기주의적 수도자(sarabiata)나 떠돌아다니는 방랑수도자(gyrobagus)(수도규칙 1장 참조)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고자 한다. 수도자들은 정주서원을 통해 완전히 공동생활에 자신을 위탁하며 절박하거나 중대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일생을 그 수도원 안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정주를 통하여 가정을 이룬다. 가정 정신은 참다운 겸손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서로간의 염려와 기쁨에 찬 형제애이다. 수도자들은 정주로써 일생동안 한 수도원에서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그들을 보살피는 아빠스에게 순종하면서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 겸손되이 봉사하면서 생활한다.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이 충일하고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들의 공동체가 진정으로 수도원다운 분위기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 봉쇄와 정주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봉쇄의 목적은 세상을 수도원 안에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며 한편 정주의 목적은 수도자들을 수도원 안에 머무르게 하여 그들의 임무인 수덕과 마음의 순결보존에 정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봉쇄적 정주 생활은 수도자들이 악습을 고치고 덕을 닦는 봉헌생활에 전념하도록 기여하는 것이다.
3.3.3. 수도자다운 생활의 전향
수도자다운 생활 전향은 수도생활의 직접적인 목표 곧 마음의 순결과 관계를 갖게 되며 또한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들과 관련을 맺게 된다. 수도자는 이 서원을 통해 수도생활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또한 「수도 규칙」이 요구하는 생활방식을 따르면서 자신을 교정하고 개선할 임무를 스스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 서원의 내용은 수도자다운 생활로서 「규칙에 따라 사는 생활」이며 「수도원에서 공동으로 사는 생활」, 「수도원 안에서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사는 생활」을 포함한다. 베네딕도 수도자는 「수도규칙」의 규정과 지침에 따라 자신의 생활을 개선하고 전향할 것을 서원한다.
그것은 성격상 전적으로 회수도적이며 정주 중에 공동체의 이상을 구현하면서 규칙과 아빠스 및에서 사는 공동생활에 일생을 바치는 베네딕도회 특유의 수도생활 형태인 것이다.
수도적 생활 전향의 서원에 충실한 베네딕도 수도자의 본질이며 진정한 하나의 표지는 완성을 추구하는 열정이다(수도규칙 72장 참조). 이 열정은 사랑이며, 사랑은 마음의 순결이다.
3.4. 겸손
「겸손」은 베네딕도의 전체 가르침을 요약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 생활에 관한 그의 모든 가르침은 「수도규칙」의 제7장 「겸손에 대하여」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겸손은 성성(거룩함)을 추구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베네딕도는 야곱이 꿈에서 본 「층계」(창세 28,12 참조) 수도자가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연상한다. 그는 그 층계를 하느님께 도달하도록 하는 겸손의 단계로 보며 12단계로 나눈다.
겸손의 첫 단계는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잠시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분의 현존 앞에서 경외심을 가지고 언제나 죄와 악습, 이기적 욕망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둘째 단계는 자신의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그리스도의 모범을 행동으로 본받아야 한다.
셋째 단계는 그리스도께서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종하셨듯이, 장상에게 순명하는 것이다.
넷째 단계는 순명 중에 겪게 될 어려움과 시련 중에 닥쳐오는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를 요구한다.
여섯째 단계는 자신을 낮추어 모든 것과 온갖 여건에 만족하는 평온함이다.
일곱째 단계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로 표현할 뿐 아니라 마음으로 확신하는 자기 낮춤이다.
여덟째 단계는 공동체와의 일치이다. 공동규칙이나 장상들의 모범이 권고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다.
아홉째 단계는 혀를 억제하며 절도를 지키는 침묵의 자세이다.
열번째 단계는 감정의 조절이다.
열한번째 단계는 지혜롭고 절도있게 말하는 것이다.
열두번째 단계는 마음과 행동으로 언제나 겸손을 드러낸다.
베네딕도에 의하면 수도자는 겸손의 이 모든 단계를 오르면서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완전한 사랑의 단계에 이르는 이는 공포심 때문에 지켜오던 모든 것을 이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덕행에 대한 기쁨에서 기꺼이 실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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