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자로 인천교구 부교구장 주교에 피명된 최기산 주교에 대한 지인(知人)들의 한결같은 평은 「겸손」의 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권의 책을 출판했음에도 그 흔한 출판기념회 한번 가진 적이 없고 풍부한 학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것을 남 앞에서 절대 내세우는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최주교의 성품은 피명 소감을 묻는 인터뷰 서두에서도 금새 드러났다.
최주교는 『얼떨떨 하다』는 말과 함께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도가 또한 많이 필요하겠다』는 소박함, 낮춤, 비움이 깃든 답변을 들려줬다.
『한편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없으면 주님께 절실히 매달리지 않게 되겠죠. 부족한 저를 뽑으셨으니까 많은 것을 주님께 의탁하면서 주님 뜻으로 「주교」의 직분을 수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기도를 부탁하려고 합니다』.
당분간 보좌역을 드려야할 나길모 주교와 자리를 함께 자리를 함께 한 가운데 부자(父子)지간에서 볼 수 있듯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가진 최주교는 무엇보다 「사제단의 일치와 전 교구민의 일치, 그리고 교구시노드 정신이기도 한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복음화 구현」을 향후 교구일을 맡으며 풀어가야할 우선적 과제로 꼽았다.
『신부님들과 제가 먼저 하나되고 나아가 신부님들끼리 하나되면 신자들도 더불어 하나가 되겠죠. 우리가 하나되는 것이 제일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복음화 역할과 관련 『사랑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신자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최주교는 『그것을 인천 지역사회도 바랄것』이라면서 『교회가 사회 안에서 기여해야할 바가 여러가지 있겠는데 구체적인 것들은 앞으로 사제단과 상의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96년부터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영성처장을 맡으며 신학생들의 영성지도를 해온 최주교는 그같은 경력에서 보여지듯 「사제단의 영적 성화」에 대한 관심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교구 내 많은 신부님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심을 봅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지치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고 일과 더불어 영적으로 성화되어야 그러한 일들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제들이 영성적으로 성화되어 행복해지면 곧 신자들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서 특별히 1학년 학생들의 「영성의 해」를 담당해 왔던 최주교는 같은 맥락으로 「신학교에서도 교수신부들이 먼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신학생들도 그 모습들을 닮을 수 있을 것」이라고 들려줬다.
덧붙여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고 하느님이 계실 것』이라고 전한 최주교는 『그런 면에서 어느 모임이든 사랑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하고 교구도 사랑으로 먼저 가득차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사제서품 후 최주교가 성직자로서 줄곧 지녀온 소신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었다고. 최주교는 김포의 마천리 공소를 다니며 하루에 25리길을 꼬박 걸었던 어린시절의 신앙생활을 회상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면이 보여주듯 가계(家系)의 성직 수도자의 배출도 두드러진다.
인천교구 최기복 신부가 최주교 할아버지 형제인 6촌이 되고 서울대교구 둔촌동 박병윤 신부는 오촌당숙으로 알려져 있다.
주교 피명 소식을 전해들은 후 어머니(정용환 데레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십자가가 하나 더 늘었으니 더 많이 기도를 하셔야겠다』고 부탁했다는 최기산 주교. 나길모 주교를 보필하는 동안 「열심한 신심과 청빈의 생활」을 진정으로 배우고 싶다고 부언했다.
교구 신자들에게 당부하고픈 바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 달라」는 것.
『생명의 문화를 만들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이에 우리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낙태가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닌가 해요. 만연된 인명경시 풍조를 생명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꾸어 나가고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 그것은 바로 또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새 세기에는 생명 환경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신자들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이달 25일경부터 새달 20일경까지 최기산 주교는 서품식을 앞두고 한달가량의 특별 피정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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