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윙~』
요란한 톱날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톱밥이 흩날린다. 학생들은 능숙한 솜씨로 나무를 다듬어 나간다.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어린 학생들의 이마엔 어느새 구슬땀이 맺힌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이 실습장은 학생들의 열기와 진지함으로 후끈 달아 오른다.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 목공 담당 방부혁(요셉·42) 선생. 이러한 학생들을 지켜보던 방선생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하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이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할 따름이다.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면서….
방선생 또한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 미래의 성공을 기약하며 열심히 노력하던 그 시절.
그는 부지런히 기술을 배워 당당히 성공하겠다며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이곳 학생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단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부모없는 고아에서부터 부모가 있어도 갈 수 없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큰 상처가 응어리져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명절이나 휴일은 제일 견디기 힘들 때다.
『지금은 어렵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당부합니다. 성공은 자연히 따라오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해요 . 저는 학생들에게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충실하라고 얘기합니다』
방선생은 어린시절 항상 굶주린 배를 움켜줘야 했다. 끼니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그런 내색 전혀없이 열심히 공부하던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방선생은 자신의 인생과 신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을 만났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해온 도요한 신부. 방선생은 도신부의 권유로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특히 당시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도신부의 지극한 사랑에 감명받고 지난 84년 가톨릭신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도요한 신부님 덕분입니다. 이러한 사랑을 후배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이곳에 남게됐죠』
때론 엄하게 학생들을 꾸짖지만 개인적인 자리에선 아버지, 형님처럼 자상한 방선생. 그는 사랑과 정에 목말라하던 학생들에게 자상함과 따뜻함으로 다가갔다. 이들과 땀 흘리며 운동도 하고 자신의 예전 이곳 생활을 얘기하면서. 이러한 만남이 거듭되면서 학생들은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됐다.
방선생은 자신에게 배운 학생들이 전국 기능대회 등에 나가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독기를 품었던 후배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당당히 일어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후배들이 전국대회에 나가 노력의 결실을 거둘 때 마음 뿌듯합니다. 이들에게 신앙과 사랑을 심어주려고 애쓴 보람도 느끼구요. 저마다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 근무하는 기쁨을 찾습니다』
지난 87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는 방부혁 선생. 이들 부부는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선물 열한살배기 아들과 아홉살배기 딸을 사랑으로 키우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방선생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며 남다른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열심한 신앙심과 노력으로 많은 후배들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자신 또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며 이들의 앞길을 여는데 헌신할 각오다. 그래서 은총의 대희년이 방선생에겐 어느 해보다 희망의 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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