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년도 이제 한달여….
서울대교구 꾸르실료는 대희년 준비로 지난 7월부터 『풀어주어 가게 하라』(요한 11,44)를 묵상하면서 나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묵상을 하면서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풀어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를 섭섭하게 했던 사람들,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내가 그들을 섭섭하게 했던 일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엔 내가 그들을 용서해 주리라 생각했었는데 요즈음엔 오히려 그들로부터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내가 마음안에 나름의 기준을 세워 놓고 이에 맞지 않는 것은 하나하나 매듭으로 묶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정작 풀어야 할 것은 스스로 구속해 둔 것이다. 우선 나부터 내 마음에 걸쳐져 있는 수의를 벗고 새로워져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모든 불만과 미움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지난 태풍 때 거센 파도가 되어 미친 듯이 모든 것을, 주변의 지저분한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분노하던 그바다가 이제는 잔잔한 파도가 되어 모래사장에 남아 있는 작은 쓰레기와 내가 던지는 돌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발 밑을 드나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위사람들에게 수시로 무수한 언행의 돌팔매질을 하면서도 그들이 나에게 조그만 돌이라도 던질라치면 즉시 분노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며 오늘은 어떻게 새롭게 지낼까 묵상한다. 많은 결점 중 한가지를 오늘만은 범하지 않으려 결심을 하고 나서지만 저녁이 되어 지난 하루를 돌아보면 전혀 새로워지지 않은 어제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침에 한 결심이 제대로 실천된 그날 저녁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비록 작기는 하나 이런 기쁨이 하나둘 쌓여 대희년의 기쁨으로 승화되지 않을까 한다.
먼저 나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모든 것을 풀어버려야겠다. 그리고 주위의 이웃을 풀어주어야겠다.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나 자신의 내적 변화가 있어야 감사와 기쁨의 대희년이 됨을 다시 한번 묵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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