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역촌동본당은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들이 책읽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사진은 지난달 성당 앞마당에서 열린 ‘어려운 이웃돕기 본당 바자’ 모습.
선정도서 읽기는 기본이거니와 강론과 피정, 독후공모전, 바자 등 본당의 모든 활동과 행사가 독서로 귀결된다. 거기에 북카페와 북클럽까지 마련해 성당 어디서든지 책을 접할 수 있게 됐다.
■ 책읽기에 왕도 없다
역촌동본당에서의 책읽기는 말 그대로 생활 자체다.
우선 환경부터가 그렇다. 1층 만남의 방으로 사용하던 공간이 지난 8월 북카페로 변신했다. 성인도서와 아동도서, 신앙서적까지 12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거기에 맛있는 커피까지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 도심의 여느 북카페 못지않다는 평이다. 또 책꽂이를 주문 제작, 테이블 사이에 배치했다. 신자들이 앉은 자리에서도 원하는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 본당의 배려다. 덕분에 북카페에는 항상 책 읽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성당 내에 어린이 집이 있어서 학부모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이곳을 선호한다.
책읽기 생활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사와 신앙생활 속까지 파고들고 있다.
본당은 매달 선정도서를 발표하고, 진도표도 만들었다.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다. ‘선정도서 읽기’는 다른 본당에서 많이 하고 있는 일반적인 독서운동이다.
하지만 역촌동본당만의 특별함은 여기서 시작된다.
매주 목요일 평일미사에서 김민수 주임신부는 선정도서와 관련된 내용으로 강론을 한다. 강론대에 서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선마이크를 들고 신자들과 호흡한다. 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소감을 물어보기도 한다. 사제와 신자가 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피정으로까지 이어진다. 10월 중에는 ‘책’을 주제로 한 피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마련하는 만큼 이번 피정 주제 책은 신앙서적의 고전으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으로 선정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많은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고백록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당은 또 신앙생활 속에서 앞으로의 각오와 비전을 생각해보고, 고백록을 완성할 수 있도록 ‘심화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 신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피드백 효과 만점
본당의 독서사목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들이 책읽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지난달 24일 성당 앞마당에서 열린 ‘어려운 이웃돕기 본당 바자’에서도 책 나눔 장터를 따로 마련했다. 싼값에 좋은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이어 독후공모전도 실시했다. 첫 공모전이지만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참여 연령층도 다양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모작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
최근에는 ‘북클럽’을 구성했다. 선정도서를 읽고 보다 심도 있게 나눔 하는 모임이다. 여기서 나눈 이야기나 책 내용은 인터넷카페에 올려 북클럽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볼 수 있게 개방해 놓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적극적인 독서사목을 펼치고 있는 김민수 주임신부는 “신앙서적은 우리의 신앙을 한 차원 높여주는 동시에 삶의 활력소가 된다”며 “신앙 안에서 책을 접할 때 삶은 더욱 창조적이 되고 풍성한 영적 성숙을 이뤄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앞으로 독후공모전을 정례화하는 한편, 저자와의 만남과 특강, 책 읽고 떠나는 성지순례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책을 통한 피정 프로그램을 구축, 필요한 본당에 제공하거나 공동으로 피정한다는 계획이다.
▲ 역촌동본당 북카페 모습. 1층 만남의 방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재정비해 마련한 이곳은 성인도서와 아동도서, 신앙서적 등 1200여 권의 다양한 책을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신앙서적 읽기 운동 사목자 노력이 성패 좌우
‘신앙서적 읽기운동’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지난 12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성인 독서사목의 실제’를 주제로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기양 신부(서울 오금동본당 주임)는 “신앙서적 읽기 운동의 시작과 성패는 본당 사목자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앙서적 읽기 운동의 좋은 결과를 위한 중요한 세 가지 사안도 제시, 우선 사목자 자신이 책읽기에 노력을 쏟고 그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쉽고 좋은 책으로 시작해야하며, 이벤트와 상품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잠실7동·오금동본당에서 신앙서적 읽기 운동을 펼쳐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이 신부는 “독서운동은 일시적인 사안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벤트성 운동을 계기로 신자 각자가 독서 습관을 갖고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나간다면 더욱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서경룡 신부(서울 연희동본당 주임)가 ‘성인전 독서모임, 영적독서 나눔피정’을, 원성묵 신부(서울 목동본당 주임)가 ‘성경읽기와 신심서적 100권 읽기’를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