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 철조각의 선구자 송영수(미카엘, 1930~1970)의 분신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경기도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고 40주기를 맞아 마련된 전시는 한국 조각계에 생소했던 용접 철 조각을 과감히 시도한 송영수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회고전이다.
▲ ‘순교자’, 1967년, 동용접, 125×80×25㎝,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1957년에는 추천작가 자격으로 ‘부재의 나무’외 ‘효’를 국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철판 드럼통을 잘라 펴놓은 것을 작도로 자른 후 용접해, 여러 조각의 철 조각이나 철선을 용접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왕성한 활동으로 꾸준히 용접조각을 제작한 그는 1960년대 후반에 기법적 숙련도와 표현 완성도가 절정에 이른 작품들을 대거 내놓는다. ‘생의 형태’와 ‘대립’ ‘새’ 등이 그 시기의 대표작이다. 이러한 그의 선구적인 활동은 젊은 조각가들에게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준 기폭제였으며, 한국현대조각사의 층을 두텁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성미술 작품도 다수 남겼다. 고(故) 김세중(프란치스코)과 함께 서울 혜화동성당의 대형 부조 ‘최후의 심판도’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가 제작한 성미술 작품들은 송영수식 용접철조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제9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작 ‘순교자’는 고통스러워하는 손의 모양과 파헤쳐진 몸통의 내부, 그 안에서 얽혀져 있는 부식된 동판들은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감내하는 순교자의 심정을 강렬하게 표출하고 있어, 작가의 종교적 신념과 예술혼이 하나로 구현된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강희덕(가롤로) 고려대 교수는 “군더더기가 하나 없으면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송영수 선생 작품의 특징”이라며 “차가운 쇠붙이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송영수의 초기 작품부터 작고 직전의 작품까지 시기별 대표작들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은 기법과 표현, 작품의 주제에 따라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공간에는 ‘순교자’는 물론이고 ‘십자고상’ 2점과 ‘부활’ 등 성미술품이 전시돼있다. 송영수가 남긴 드로잉과 이를 바탕으로 제자인 강희덕 교수가 제작한 십사처도 만날 수 있다.
이어 두 번째 공간에서는 1950년대 중반 국전에 출품했던 ‘가족’ 등 인체상과 초기 용접 조각, 1960년대의 다양한 용접조각이 전시돼 있으며, 1969년 새롭게 시도했던 테라코타 작품 등은 세 번째 공간에서 전시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스케치를 했던 드로잉 북 99권이 함께 공개되며, ‘사명대사’, ‘원효대사’상 등 기념조형물 제작을 위한 각종 기록 및 사진, 작품세계를 조망했던 영상 자료도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부인 사공정숙(마리아) 고려대 명예교수가 고인의 작품과 자료를 40여 년 동안 소장하고 있어 이뤄질 수 있었다. 사공 명예교수는 “송 선생은 다양한 느낌을 갖게 하고, 보고 좋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추상조각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전시는 12월 26일까지며, 관람료는 3000원. 오는 26일 오후 3시에는 평론가와 동료 조각가, 제자 등이 참여한 ‘작가 송영수를 논하다-전문가 좌담회’도 마련된다.
※문의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