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년에 관한 이해를 위해 이번 호부터 몇 차례에 걸쳐 희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간략하게 살펴봅니다.
성서의 희년(禧年)
희년의 유래는 레위 25장에서 나타난다. 7년마다 거행되는 안식년을 일곱 번 거듭한 후 다음해 즉 50번째 해가 거룩한 해로 선포된다(레위 25,8~10).
희년에는 안식년처럼 밭에 씨를 뿌리거나 포도원을 가꿔 소출을 거둘 수 없다. 또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사람들은 풀려나고 50년동안 가난 등의 이유로 팔린 땅이 원 주인에게 돌아간다.
희년은 원래 일종의 경제·사회제도로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해소해 주기 위한 것이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자유롭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에 정착해 자유인으로 살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사람을 종으로 사고 파는 일이 생겼다. 그럼으로써 만물의 주인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잊게 됐다.
희년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땅도 사람도 원래의 주인은 하느님이고 따라서 원주인인 하느님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 드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바탕을 두고 평등이 깨어진 정치, 경제, 사회, 인권 상황을 이스라엘 신앙의 정의와 공평에 기초해 바로 잡으려는 것이었다.
예수님 안에서 완전히 실현된 희년
하지만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역사에서 희년 제도가 실제로 실현된 증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이상과 희망으로 머물러 있었다. 이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실현된다.
예수님께서 나자렛의 회당에서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19)고 선포하고 전 생애를 통해 이를 실현하셨다.
구약의 희년 개념은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자유와 해방이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실현된 희년은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하느님과의 깊은 단절까지도 회복하는 영적인 차원으로 나아간다.
2000년 대희년은 이렇게 예수님 안에서 완전하게 실현된 희년을 다시 한 번 실현하는 중요한 은총의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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