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지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대만의 푸렌(輔仁)대학에서 「인권의 기초로서의 인간」을 주제로 개최한 동아시아 세미나는 동아시아 지역 교회들의 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들이 동아시아 상황에서 인권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한 매우 뜻깊은 모임이었다.
이 세미나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교황님의 강력한 사회교리 실천 권고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해오고 있는 지역 세미나의 하나로 동 평의회는 이미 지난 7월 아프리카 가나의 쿠마시에서 지역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고 앞으로 오세아니아 지역 세미나도 곧 개최할 예정으로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사회교리 교육과 실천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올해 초에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에 대희년 「사회교리서」를 편찬하도록 위촉한 바 있다. 이 「사회교리서」는 2000년 11월경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세미나는 대희년 사회교리서 편찬의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것이기도 하다.
푸렌대학의 「요한 바오로 2세 평화 대화 연구소(소장=에드문드 라이든 신부)」가 주관한 이 세미나에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위원장 응 우옌 봔 투완 대주교, 차관 다이아무이드 마틴 주교, 전문위원 마리본느 뒤클 수녀,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과 필자, 일본, 마카오,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의 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 및 전문가, 그리고 대만의 샨 쿠오시 추기경, 티캉 대주교, 푸렌대학교 총장 양투엔호 교수 등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50여명이 참석하였다.
세미나는 첫날(21일) 개막미사와 기조강연에 이어 둘째날(22일)과 셋째날(23일)에는 각 소주제별 강의와 현실 상황을 중심으로 한 논평, 그리고 그룹 토의로 진행되었다. 즉 둘째날에는 「성서에서의 정의」에 대한 강의와 「홍콩 상황에 비춰 본 현실적 의미의 성서 개념」을 중심으로 한 논평, 「개인주의의 기원과 주제들」에 대한 강의와 「일본의 부락민(천민) 차별」을 중심으로 한 논평, 「식민지 이후 시대 인도네시아의 인권」에 대한 강의와 「마카오의 인권」을 중심으로 한 논평이 있었고 참석자들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지역별로 인권과 인간 문제에 대해 토의했다.
셋째날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인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들을 외채와 이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이날 강의에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차관 다이아무이드 마틴 주교는 「세계화된 사회에서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을 중심으로 본 외채와 발전」에 대해 강의하면서 인간화된 세계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연대성과 사랑에의 구체적 투신이 긴요하며 교회와 경제계의 새로운 대화가 절실히 요망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필자는 「빈곤국들의 외채 탕감」에 대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논평하면서 빈곤국들의 빈곤 퇴치와 외채 탕감을 위해서는 선의의 모든 국민들의 협력과 인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근본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강의와 「일본에서의 이주 노동자」중심으로 한 논평이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교회와 사회참여」에 대한 김수환 추기경의 강의가 있었고 이어서 참석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외채와 노동자 문제에 대해 토의했다.
기조강연에서 응 우옌 대주교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의 생명권과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고 베트남 공산 정권 하에서 13년 동안 영어의 몸으로 살면서도 성모님께 의탁하며 결단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체험담을 털어놓아 청중의 감동 어린 박수를 받기도 하엿다. 응 우옌 대주교는 또한 『인권은 진정한 평화의 기초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민주주의, 인권 및 자본주의가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신자들은 그릇된 인간관 및 인간 활동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해 확고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김추기경은 강의를 통해 1960년대 말에서 1987년 6.29 선언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의 「교회와 사회 참여」에 대해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중심으로 증언하면서 『교회는 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수도하가 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 전심전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와 경제도 포함돼야 하지 않겠는가? 백성들의 생활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와 경제가 윤리와 도덕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역설하여 청중의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세미나 기간 중 동아시아 각국 교회의 정의평화활동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개최되어 한국에서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인권주일 포스터, 세계 환뎡의 날 포스터, 각종 담화문과 소책자, 낙태 반대 운동 비디오 테이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사회교리학교 교재, 민족화해위원회의 기도운동을 위한 묵주 등을 전시하고 주교회의 가정 사목위원회가 제작한 태아발 뱃지와 태아손 뱃지를 전시하고 배부하기도 하여 참석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정의평화 증진을 위한 지역 동아시아 교회들의 연대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호간의 효과적인 연락망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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