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년을 처음 입에 올릴 때만해도 어휘 자체가 생소하고, 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여유를 가졌다. 그런데 대희년의 참뜻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에 반영하고자 내심 애쓰는 중에, 이제 30여일 밖에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조바심이 쳐진다. 그도 그럴것이, 내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온전히 기쁨과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한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지난 삶을 돌아볼 때,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서울 세나뚜스 단장에 처음 선출된 것이 6여년 전이다. 그때 나는 성모님의 아름다운 덕목들, 즉 겸손·순명·부드러움·기도·고행·믿음·사랑 등을 더욱 갈고 닦음으로써 성화의 삶을 살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리라 다짐했었다.
그렇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놓은 것 없이 무사 분주하게 보냈음을 자책한다. 어느 덕목 하나 만족스러운 것 없이 여전히 부족하고 허물이 많음을 발견한다. 그러한 중에서도 특별히 나의 소망을 대희년에 부친다. 그것은 앞으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겠다는 것이다.
세상 것들에 전혀 물들지 않은 어린이의 맑고 밝은 마음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마음이다. 그러기에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단언하셨다.
나는 사람들을 순진하게 받아들이고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고자 힘껏 노력하리라. 그러면 완덕의 표양이신 성모님을 본받을 것이며, 참으로 기쁨 가운데 대희년의 은총을 받으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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