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세한지 3년정도 됐지만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신부님께 제 잘못을 낱낱이 고백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주일미사를 빠졌다든지 몇가지 형식적인 잘못들만 고백하고 진짜 마음에 거리끼는 내용들을 잘 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공동참회예절에만 참석하고 개별고백은 하지 않곤 했는데 이것으로는 고해성사가 이뤄지지 않는지요?
【답】성서에 의하면, 고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지도자들인 12사도들에게 주셨는데(마태 18,18), 이 권한에 대해 요한복음에 나타나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20, 19~23)』. 그리스도께서사도들에게 주신 이 사죄권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과 그 협조자인 신부들에게 계승되어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 등 초대 교회의 전통과 연결되어 있는 그리스도교를 통해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위해 참회자는 자신이 범한 죄 가운데 대죄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고백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제988조). 이렇게 고백한 내용은 고해의 비밀로 보장됩니다. 하지만 질문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제에게 직접 고백을 해야 하는 고해성사에 대해 많은 신자들이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체로 고백하는 목소리를 듣고 사제가 누군지 알아 볼까봐 창피하다는 이유로 고해성사를 어려워하고 간혹 고해의 비밀이 지켜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고해성사를 멀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해성사의 참다운 은총은 하느님을 믿는 마음으로 사제를 통해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영적이고 내적인 상태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해성사를 준비하고 고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적이고 내적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어 자신의 상처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올바로 치유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앙인들은 성세성사를 통해 구원을 보장받게 되었지만 아직 미완성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자신도 완전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하느님을 닮고 그분의 사랑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고해성사는 세례를 통해 죄의 용서를 받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도달할 때까지 죄를 극복하고 계속 세례 때의 거룩함을 유지하여 주님을 기쁘게 모시고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은총의 도구이므로 신자들은 인간적인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다시 세례를 받아 거룩한 주님의 자녀로 태어난다는 설렘으로 고해성사를 하셔서 성사의 은총과 화해의 기쁨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동참회예절은 고해성사의 통회와 정개를 도와주는 예식에 해당하므로 그 자체가 성사가 될 수 없으므로 비록 신자들이 공동참회예절에 참석하였다고 하더라고 개별적인 고백과 사죄를 받아야 합니다(고해성사 예식서 22항). 그러므로 질문자의 경우와 같이 공동참회예절에만 참석하셨다면 고해성사를 하였다고 볼 수 없겠습니다. 성찬과 2천년 대희년을 맞아 주님께 대한 믿음의 용기를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고백성사에 참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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