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가는 십자가’를 본적 있는가? 한국전통 공예 ‘옻칠’과 가톨릭교회의 상징 ‘십자가’가 만나 천년 가는 십자가가 만들어졌다. 이 생소한 십자가의 탄생은 원주교구 흥업본당(주임 김태원 신부)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공소에서 승격된 본당은 상가건물에 성당을 마련해 놓고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주님을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소박하지만 주님을 온전히 모실 곳을 마련해야 했다. 지난 3월 본당 공동체는 새 성당 건립을 위한 발동을 걸었다. 건립기금을 마련하고자 12월 4~5일 원주 우산동 진광고등학교 다니엘관에서 ‘옻칠 십자가’전을 열기로 한 것. 천년 가는 ‘옻칠 십자가’가 이들의 꿈을 이뤄줄 희망의 열쇠였다.
본당 김태원 주임신부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작업은 6개월 간 700여 점의 작품을 완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간과 손이 많이 필요한 옻칠공예작품을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대량 제작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다. 김 신부를 비롯한 전 신자들이 주님의 집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가 됐기에 가능했다.
십자가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700개 중 200여 점은 신자들이 각자 디자인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십자가부터 한복모양을 형상화한 십자가까지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십자가들이 만들어졌다. 신자들이 직접 디자인한 십자가는 본격적으로 작품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제1단계로 사포질이 시작됐다. 일주일에 한번 씩 공동 작업을 할 때마다 30~40명 씩 나와서 희망의 열쇠인 ‘십자가’를 갈고 또 갈았다. 주일미사에 어린이와 성인신자 150여 명이 참례하는 본당에서 삼분의 일이나 되는 신자들이 한 주도 빠짐없이 나왔다.
신자들의 기본 작업이 끝나자 이제는 김 신부가 실력을 발휘했다. 갈고 칠하고 말리고 구멍난 부분을 때우고 또 갈고 칠하고 말리고를 반복해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게다가 건조작업도 쉽지가 않았다. 옻칠공예작품을 건조할 때 필요한 습도 85%를 유지시키기 위해 매일 오전 4시에 눈을 떴다. 그때부터 11시간 동안 꼼짝없이 작업에 매진했다. 작업 기간 동안은 휴일도 없었다. 김 신부의 일과는 사목활동, 미사집전, 옻칠작업뿐이었다.
모든 십자가가 10번 이상 김 신부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 작품들이다. 칠을 한 번 할 때마다 하느님의 집에 대한 간절함도 함께 담았다.
김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십자가를 깎고 다듬고, 하루에 11~12시간 동안 작업에 매진하면서 거룩해졌다”며 “옻칠 십자가는 성물의 토착화는 물론이거니와 천년 이상 보관할 수 있어 대대로 물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는 건칠분과 채칠, 금박 등 칠의 종류도 디자인만큼 다양하게 했다. 예수의 모습도 다 같은 듯 하지만 얼굴 표정, 각도를 달리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김 신부는 또 옻칠 십자가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면직물에 옻칠을 입혀, 14처를 그리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새 성전이 생기면 설치될 예정이다.
※문의 033-766-3030 흥업성당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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