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존경하는 집안 어른 한 분을 하느님 품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그분 역시 본인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에 보답코자, 늘 그분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드렸는데, 갑자기 허망하게 하느님 품으로 가시는 바람에 무척 슬펐고, 눈물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한동안 마음마저 공허하였습니다. 그리고 본인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약속을 못 지킨 것입니다. 그분 평생 소원은 당신 돌아가실 때, 본인이 꼭 장례 미사를 집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분의 임종 소식을 들었을 때 본인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타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며칠을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평소에 친분 있는 후배 교구 신부님이 찾아와서, 본인의 마음을 아는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형,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원로 신부님이 하루는 너무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하느님은 계시다’라고 말을 했대. 그러자 다른 많은 신부님들이 그 원로 신부님께 어떻게 그렇게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물어 봤어. 그러자 원로 신부님은 웃으시면서 이런 말을 했대. 당신은 한평생 사제로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당신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는 거야. 예를 들어 힘들게 고생하여 성당 축복식을 하려는 날 억수 같은 비가 오고, 마음들이 좀 갈라진 본당 교우들 일치를 위해 본당 체육대회를 준비했는데, 당일 천둥 번개로 행사를 망치고, 대축일 잘 준비했던 전례가 엉망이 되고. 당신은 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었지만, 여기서 뭔 일이 터져 그것을 막다보면, 이내 곧 다른 데서 뭔 일이 생기고. 그런데 실로 놀라운 건 본인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이 결국은 하느님 뜻대로 풀리더라는 거야. 그래서 그 원로 신부님은 ‘세상! 내 마음 대로 안되는 세상, 그러기에 하느님은 분명히 계시다’는 사실을 더욱 강하게 확신 하셨대.”
그렇습니다. 세상은 결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어느 것 하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 당신 섭리에 따라 응답하시고,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입니다. 그 확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방법대로가 아닌 하느님 바라시는 방법으로, 어쩌면 결국 원래 순리대로 돌아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도 오늘 눈물을 거두고, 이렇게 고백 합니다.
“하느님은 정말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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