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손삼석 주교)는 지난해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관리 지침」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소홀하게 관리돼 온 한국교회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발간 1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교회 내 문화유산의 목록화, 도록화 작업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위원회는 이에 지난 2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신관 대강당에서 ‘2010 교회 문화유산 세미나’를 열었다. ‘가톨릭교회 문화 보존 관리 방안 연구’를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는 지침서를 구체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교회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관리 지침 발간 1주년을 맞아 열려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문화위원회 위원장 손삼석 주교는 “교황청 문화재위원회는 1999년 ‘교회 문화유산의 목록과 도록’이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촉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교회는 이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기에 이번 세미나가 각 교구 본당과 수도회 등이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기록화, 목록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수경 교수(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는 “오랜 작업 끝에 지침서가 발간됐으나 정작 지침서를 활용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든 아쉬운 상황”이라며 “교회 문화유산의 기록화 목록화 작업은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각 교구, 본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대학)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는 불교문화와 유교문화라는 타종교문화와 공존, 조화하면서 찬란한 성장을 이룩했다”며 “그 과정에서 산출된 성지와 교회 건축물은 신앙선조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귀한 자산일 뿐 아니라 민족의 혼이 담긴 한민족 고유의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호 신부(광주대교구 남악본당 주임)는 “각 교구 별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에 따른 목록화와 보존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후속작업을 통한 관리 감독이 절실하고, 교구 사제연수나 신학교 교과목에 교회 문화재 관리 보존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 유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제 요약이다.
한국 천주교 교회 미술품의 기록화·목록화를 위한 실천방안 - 정수경 교수(인천가대 조형예술대학)
한국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실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은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됐다.
오랜 작업 끝에 지침서가 발간됐으나 정작 이를 활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아쉬운 상황이다.교회 문화유산의 기록화와 목록화 작업은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각 교구와 본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작업의 1단계로서 본당 차원의 조사 방식과 함께 작가를 통한 교회 미술품 자료 수집을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해 본다. 더욱 효율적인 동시에 전국적으로 교육 및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통합해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차원의 웹사이트를 통해 교회미술과 건축, 유물 등 한국교회 문화유산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가톨릭 유적지의 박물관화 방안 연구 - -윤태석 실장(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한국박물관연구소 책임 연구원)
가톨릭 관련 유적과 유물을 바탕으로 하는 가톨릭 박물관 및 관련 시설의 수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가톨릭의 경우 이웃 종교에 비해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통한 박물관 등록은 우선 상징적인 측면에서 고려의 대상이다. 이는 가톨릭 박물관을 종교의 또 다른 시설로 인정하기보다는 문화라는 차원에서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편적이고 건전한 박물관 활동을 지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아울러 성직자와 예비 성직자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의 부재와 문화유산에 대한 공리적 개념의 미형성 등은 이런 시설들이 문화적 측면에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분위기임을 보여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박물관의 등록을 통한 객관적 인식의 획득과 고유 활동의 수행 분위기 조성,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 구축, 주교회의를 비롯 한국교회 차원의 운영·관리 시스템 구축 등 개선해야할 여지가 많다.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검토 -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대학)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한국교회는 불교와 유교 등 타종교 문화와 공존, 조화하면서 찬란한 성장을 이룩했다.
그 과정에서 산출된 적지 않은 성지와 교회 건축물에는 우리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배어 있어 귀중한 자산일 뿐 아니라 민족의 혼이 담긴 한민족 고유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아가 보편교회와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첫째 교회 역사와 건축양식 관련 세미나, 학술 조사 시행을 통해 학문적 성과를 축적해야하며, 둘째 대상 유산의 보수 정비에 대한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지속적인 보수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
셋째로는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교육과 홍보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시행과 더불어 넷째 교회 내외 보전 관리 체제를 정비하고 교구와 지자체, 문화재청 등 연계된 효율적인 추진기구의 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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