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오후 대전 예수수도회 교육센터 기도실. 성경모임인 토라반 젊은이들의 기도시간에 한 중년 신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사랑이 가득하신 하느님. 저와 제 대자들이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늘 하느님께 의지할 수 있도록 은총 허락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드렸다.
이날 간절한 기도를 올린 한 중년의 신자는 20여 명의 대자들을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이기상 원장(세례자 요한·대전 목동본당·새서울 내과)이다. 그는 이날 제약회사 외판원들로 구성된 대자들과 1시간 30여 분 간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라반 지도를 맡은 이미숙 수녀(예수수도회)는 “3월부터 진행된 대자들의 성경모임도 이 원장님께서 직접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대자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지극 정성이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본격적으로 선교활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과거 한 신부로부터 우유 먹는 것보다 우유 배달 해주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서다. 이 원장은 “정신 건강을 위해 신앙을 배달해보지 않겠냐는 말에 느낀 바가 많았다”고 했다.
현재 이 원장이 돌보고 있는 대자는 총 20여 명. 이 원장의 ‘대자 사랑’은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 그는 내과 전문의로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대자들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함이 없다. 미사는 매주 참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성경모임을 하는 날이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늘 사랑을 쏟는다.
이 원장이 대자들을 돌보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대자들의 영적 성장이다. 성경모임을 제안한 것도 형식적인 신앙생활이 아닌, 신앙이 삶을 올바로 이끌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이 원장은 대자들에게 정성을 들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오히려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직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이들에게 종교가 부담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무엇보다 인관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를 서야 하며 한 번 대부를 섰으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간섭을 하다보면 오히려 대자들이 신앙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대자인 김태훈(안셀모)씨는 “처음 교리를 받을 때는 힘든 일이 많았지만 대부님의 도움으로 이제는 삶에서 신앙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며 “요즘에는 인생을 살아가며 고난이 있을 때에도 신앙으로 이겨내곤 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