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서 전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미사 강론을 맡아 “교회는 소외된 사람들뿐 아니라 소외된 자연도 함께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교회의 평화로운 입장을 밝히며, 지속적 관심을 갖기 위해 강론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현재 졸속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에 대하여 ‘대표적 난개발’이라며 몇 차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실제로 반대, 저지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4대강 사업’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일로서 대한민국 전역의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여 돌이킬 수 없이 훼손시키는 범죄행위로 보고, 이를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미 2001년 제7회 생명의 날 담화문에서 ‘인간의 생명, 환경을 파괴하는 일은 일자리 창출, 경제적 논리, 사회의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은 바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세상을 향하여 외치는 것은, 하루 빨리 4대강 사업이 중단되고 원상 복구되어 모든 생명에게 구원이 오고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기도 하고 비웃기도 합니다. ‘왜 교회가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서느냐’고. ‘교회는 조용히 기도나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또 지식인들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리고,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설립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단체입니다. 그분께서는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받는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구원을 안겨주셨고 세상의 불의와 맞서 싸우셨습니다. 교회는 설립자의 뜻에 따라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라고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1항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합니다.
민주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체제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사업비만 22조원 이상 드는 국책사업이 타당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밟아서 추진해야 함은 기본적 상식입니다. 이는 국가의 정책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결과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인 것입니다.
방영을 놓고 말썽이 많았던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에서 보여주듯, 국가가 국책사업으로 하는 일이므로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해야 할 일인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감추고, 밀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홍수 억제, 가뭄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으로 물 확보 외에도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세운 명분의 잘못을 이미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가 아니고, 홍수 예방과 4대강 사업은 상관관계가 적으며, 4대강 사업은 수질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으로써 강바닥 준설과 보/댐의 건설은 강의 생명줄을 끊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4대강들은 살아있습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4대강을 죽었다고 우기며 4대강 ‘살리기’를 한다는 것부터가 억지입니다. 4대강은 우리 민족의 오랜 생명줄이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 살아 있는 강을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살리는’ 일을 한답시고 오히려 ‘죽이는’ 일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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