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란한 이야기꾼이자 엄정한 리얼리스트란 칭호를 들으며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씨의 단편소설 전집이 출간됐다.
이미 93년 세계사에서 박완서 소설전집을 엮어낸 바 있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서 동시대인의 일상을 비퉈내는 거울을 닦아내는 그의 글솜씨는 단편소설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
1971년 3월에 발표한 첫 단편소설 「세모(歲暮)」부터 1994년 4월의 「가는 비, 이슬 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75편의 작품들이 5권의 전집에 연대순으로 묶어졌다.
박완서는 「분단」과 「중산층의 삶의 양식」그리고 「여성문제」라는 세가지 범주를 문학의 중심축으로 삼아왓다. 6·25전쟁으로 아빠의 죽음을 겪게되고 생활고의 학업을 중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그의 전쟁체험은 「오늘 이곳」에서의 분단의 아픔을 말하는 계기가 된다.
그 후 전쟁이 끝난 뒤 60~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중산층의 일원이 된 그는 중산층의 계층 상승욕구 속에 들어있는 허구성을 낱낱이 드러내 보이며 그들의 허위의식을 비판한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부황하게 만들 뿐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한국사회의 건강한 존립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의 단단한 비판정신 속에는 모든 것을 싸안는 모성적 사랑이 녹아있어 타락한 세계와 싸우지 않는 자들의 왜곡된 존재방식을 집요하게 파헤치면서도 세상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게 만든다.
전집 말미에는 류보선, 하응백, 서영채, 신수정, 정호웅 등 소장 평론가들이 젊고 새로운 시각에서 읽어낸 작가론을 싣고 있어 박완서 문학의 이해 지평을 한껏 넓혀주고 있다.
<문학동네/400쪽 내외/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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