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발이 잡은 조센진」.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이 책은 일본생활 30년째인 재일작가 왕수영(알비나)씨가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꼈던 일본인의 생활과 문화를 생동감있게 스케치한 일본읽기다.
『「쪽발이」와 「조센진」이라는 서로에 대한 차별어로 제목을 삼은 것은 두 나라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앙금을 풀어버리고 자연스럽게 그 차별어를 해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작가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특히 심한 일본동네에서 갈등하고 부대끼면서 결국 가까워지게 되는 체험담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며 국적에 관계없이 어디든 사람 사는 곳에는 따스한 정이 흐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조센진」의 음식냄새가 동네에 진동한다고 항의하던 이웃 할머니집을 찾아가 「조센진이 왔으니 문 좀 열어주세요」라는 한마디로 관계를 텄다는 그의 회고가 통쾌하고 눈물겹다.
이런 작은 노력으로 마을사람들을 변화시켜 지역자치회장 자리까지 맡게된 그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국시를 낭독하는 모임」을 시작했고 더불어 한국춤, 판소리, 한국어, 한국 요리, 한국 생활 등 한국문화를 가르쳐주는 일에 나섰다.
이 모임은 장애인 시설과 병원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가을 한국방문을 계기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시낭송회를 개최할 계획. <정우사/262쪽/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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