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농촌에 사는 청년입니다. 저희 마을에서는 가끔 귀신과 관련된 소문들이 떠돌곤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묘자리를 잘못 쓴다거나 억울하게 죽은 조상의 영혼이 후손들에게 몹쓸 병을 앓게 한다든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성서에도 악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요즘 같은 과학시대에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답】풍수의 본래적 의미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 환경을 대변해주고 있는데, 「풍」은 기후와 풍토를 지칭하며, 「수」는 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풍수의 대상은 도읍이나 마을의 자리잡기, 집터 잡기, 물자리 찾기, 정원수의 배치, 길내기 등 현대 지리학의 관심분야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살아잇는 사람과 땅의 관계 뿐 아니라 죽은 사람의 경우까지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에 풍수의 특징이 있습니다. 즉, 산 사람은 땅의 생기 위에 얹혀 삶을 영위하면서 그 기운을 얻는 반면, 죽은 자는 땅 속에서 직접 생기를 받아들이는데 죽은자가 얻는 생기는 후손에게 그대로 이어진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묘자리를 잘 써야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풍수설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내용들이 사실이라고 하여도 다음의 몇가지 점에서 의문을 제시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풍수에서 제공하고 있는 내용들이 보편적인 사실이라고 한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들이 명당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양이나 유교 문화권을 제외한 동양의 다른 지역에서 풍수에 대한 부분은 대체로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물자리를 찾는 등 인문 지리의 한 부분으로 발달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것이 길흉화복을 위한 민간신앙적인 측면에서만 강조되고 있는 듯합니다. 둘째로 수맥에 대한 부분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많이 입증되어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지나치게 비약시켜서 미신적인 요소만을 강조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묘자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아마도 효도를 강조하던 시기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정성을 다해 모시도록 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교 국가의 경우 성당 뒷마당을 묘지로 사용하고 있고, 한 자리를 가족 대대로 사용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골을 수습하여 납골당에 안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서에 보면 마귀와 사탄이라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와 대적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 들어도 도망을 치곤 합니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헛된 망령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민간신앙화된 잘못된 풍수지리에서는 현세구복적인 사행심을 지나치게 앞세웁니다. 그리하여 선행이나 정의로운 행동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묘자리나 집터를 잘 써서 조상들의 도움을 받으면 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가르침을 전파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가르침에 현혹되지 않도록 올바른 인생관을 가져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사회의 모든 사람이 다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전한 사회정의를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