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묵주가 너무 낡아 폐기하려고 합니다. 대모님께 받은 것이라 그냥 땅에 묻기가 망설여집니다. 대모님과 연관된 유일한 물건이거든요. 그렇다고 낡은 묵주를 그냥 두는 것도 보지 안 좋은 일인 것 같아서 묵주의 일부분만, 이를테면 십자가 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두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요? 성물을 임의로 훼손하는 행동처럼 생각되고 죄가 될 지 몰라 질문을 드립니다.
【답】영세 때 대모님으로부터 받은 묵주이고 또 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질문자께는 참으로 소중한 성물이실 것이라 생각되는데 너무 낡아서 이런 질문을 하실 수밖에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우시겠습니다.
먼저 성물에 대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물이란 세상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만든 십자가, 묵주, 성인상 등에 대해 사제의 축복(방사)을 받은 다음 기도나 전례 때 사용하는 물건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성물은 반드시 개인이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냥 선물로 건넬 경우에만 축복을 받고록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제의 축복을 받은 성물은 돈을 주고 사고 팔지 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의 축복을 받은 성물을 돈을 주고 매매하는 죄를 교회에서는 시모니아라고 합니다. (사도 8,18~20 시몬은 사도들이 손을 얹어 성령을 받게 하는 것을 보고 사도들에게 돈을 내면서 『나에게도 그런 권능을 주어 내가 손을 얹는 사람마다 성령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청하였다. 베드로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당신은 하느님의 선물을 돈으로 살 작정이요? 당신은 그 돈과 함께 망할 것이오』) 따라서 이러한 성물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제의 축복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 상대방에 알려줘서 방사를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 성물을 받은 지 오래됐거나 방사를 받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기도를 잘하고 계신다면 다시 사제에게 가져가서 축복을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렇게 축복을 받아 사용한 성물을 오래 사용해 너무 낡아 폐기하려고 하실 경우나 사용 중에 실수를 하여 파손된 경우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서는 안되겠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파손되거나 훼손된 성물에 대해서는 사순 시기에 본당 사무실에서 모았다가 교회 묘지에 묻었습니다. 그런데 각 본당에서 이러한 공지를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신자들 각자 파손된 성물을 따로 잘 모아두겼다가 성묘를 가실 기회를 이용해서 묘소 근처에 묻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또 성묘를 가시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 정원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야산 등지에 잘 묻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질문자께서 묵주의 십자가만 따로 떼어서 가지고 있으면 안되겠느냐고 질문을 하겼는데 십자가 자체만으로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성물이 되므로 묵주에서 십자가만을 따로 떼어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특히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대모님을 기도 중에 기억하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므로 묵주에 달린 십자가는 따로 떼어 보관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성물은 기도를 위한 도구이므로 정성껏 사용해야 되겠고, 또 파손됐다고 할지라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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