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지 89년 4월 23일자에 소개돼 독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전남 무안군 삼향면 임성공소의 김미카엘씨가 10년만에 도움을 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며 보내온 편지이다.
89년 4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 판막증 수술을 하면 완쾌할 수 있다는 진찰을 받고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 친구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때 친구의 가족과 친구동생 젬마수녀(현재 독일에 있으며 그 당시 6년만의 첫휴가였습니다)와 저의 건강에 대한 얘길 하였습니다. 다음날 수녀님이 하루만 더 쉬어가라 권하기에 그렇게 결정하였는데 밤늦게까지 모녀가 저의 건강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의논하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 가톨릭신문사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저의 어려운 현실이 활자화되어 많은 형제 자매와 어린 학생들의 정성어린 성금 또 물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수많은 신자들의 기도와 묵상들이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작용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김배재(미카엘)입니다.
십년이 지나버린 이 시간에서야 감사함의 글을 쓴다는 것이 그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저의 배은망덕함에 주님을 통해 용서를 빌며 저보다 더 어렵고 고통 중에 지낸 분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다짐과 함께 긴 묵상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드물게, 아주 드물게 십년전의 수첩을 뒤적일 때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의 이름과 주소, 취급은행, 금액을 고마움의 편지를 쓰기 위해 메모해 놓은 것을 봅니다. 하지만 한군데도 편지를 쓰지 못해으며 세월의 흐름 속에 잊고 지낸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가정용품을 비롯, 국민학생들의 1만원에서부터 익명의 100만원까지. 한달의 입원비와 수술비에 거의 들어맞는 성금, 지방에서 2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세브란스 병원 진찰, 독일수녀원에 근무한 수녀님의 6년만의 첫 휴가, 이 모든 것의 일치가 주님의 섭리임을 느꼈으며 마음의 평안을 위해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은 가톨릭신문사를 통해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마음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점으로 살고 있는 이 삶. 감사함이 부족하고 주님께 대한 그때의 다짐들이 현실에 부딪혀 거짓말이 되어버린 지금, 타성에 젖은 미온적이며 형식적인 신앙생활이 아닌가 반성해 봅니다.
메모해 놓은 수첩을 들추며 읽어 내려가다 익명이라 표시해 놓은 이 글자들 앞에선 항상 마음이 숙연해지고 더한 감사와 함께 선행은 이런 것이 아닌가를 생각합니다.
여러 익명 중에서도 서울 가톨릭신문사 앞으로 100만원, 지금도 큰 돈이지만 정말 큰 돈이었습니다. 자랑하기 좋아하고 좋은일 한 것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이시대에 선행을 감추고 낮은 자세로 하느님 안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그 깊은 믿음에 묵상의 시간이 깊어짐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생이 다하는 그날, 그런 믿음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늦게나마 지면을 통해 감사함을 전하는 이 들을 읽어보실 수 있도록 「주님! 허락하여 주십시요」
1999.12.6
전남 무안군 삼향면 임성공소
김미카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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