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동쪽으로 떠오르고
바람은 서쪽으로 구름을 몰아가는
변함 없는 천체의 질서 안에
마침내 새 천년 새 아침이 밝아온다
어디선가 장엄한 문 열리는
북소리 둥둥 들릴 것 같고
번쩍이는 빛의 깃발 펄럭일 것 같다
사람들은 줄지어 문을 열고
아득히 먼 전방을 바라본다
지나온 천년은 숱한 내우외환
외침(外侵)과 망국과 광복의 영욕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이 땅에 목숨 받아 태어난 이들
안개 속에 아득히 뭍혀 있는 5천년의 역사
고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송악의
청동빛 바람소리 가슴으로 듣는다
백두산 영봉, 천지의 푸른 물 굽이쳐
금강, 설악, 한라를 하나로 이어주는
겨레의 핏줄 강토의 혈맥 그리고 아름다운데
누만년 이어갈 민족의 꿈 높고 푸르른데
조국의 허리 동강나 반세기 철조망에 가로막히고
끊어진 다리 돌아오지 않는다
하늘과 땅, 빛과 어둠, 오곡과 육축으로
당신의 아들 딸 살아가게 하시는
주님, 2월에 매화꽃 3월에 진달래를 피게 하시고
가을에 황금의 수확을 허락하시는
그 사랑과 권능으로 겨레의 소망 이루게 하소서
남과 북이 손잡고 하나의 핏줄임을 깨닫게 하시고
참담한 굶주림과 이산의 아픔에서 구하소서
새로 새천년 대희년의 날들을
다시금 경건히 마음 모아 나날을 하루같이
“손은 노동에게
마음은 주님에게” 바치게 하시고
사랑은 이웃에게 나누게 하소서
온 세상 주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하시고
찬미와 감사와 흠숭 받으소서
새 천년 새 아침의
간절한 기도 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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