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노인 둘이서 벌어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됐는데….”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의 병마는 채소장사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부부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경제적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소박한 노년의 일상도 물거품이 됐다.
임영근(요셉·73)씨는 4년 전 우연히 방문한 동네 의원에서 당뇨 판정을 받았다. 당뇨수치는 이미 460까지 올랐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 벌어먹고 사는 처지에 몸 챙길 시간이 있나요. 병을 키운 것이죠. 동네 의원에서 큰일 난다며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추천서를 받아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곧바로 치료에 들어갔지만 그것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힘겨운 병원생활의 시작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퇴원 후 다시 야채장사를 시작했지만 점점 더 기운이 빠지고, 빈혈에 시달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아내 임희규(마리아·64)씨에게 장사를 맡겨두고 운전석에서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병원을 찾았다. 피검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았다. 연약해져버린 몸을 이끌고 골수 검사도 받아야만 했다. 백혈구와 적혈구를 비롯해 면역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피가 생산돼도 금세 사라진다고도 했다. 항암치료와 수혈이 계속됐다. 등뼈도 3개나 내려 앉아 허리와 다리가 못 견디게 아팠다. 걷는 것조차 난관이었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이러한 몸 상태론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병원을 오가는 생활이 반복되자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런 경제적인 압박이 밀려들었다. 생활비조차 없는 형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경제 수단이었던 채소장사마저 끊기고, 장사에 이용해온 10년 된 중고트럭도 팔아야 했다. 그나마 4년여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되고 2년 전 의료급여 2종에서 1종으로 전환돼 받는 월 30만 원이 부부의 생명을 이어주는 유일한 생계비다. 그동안은 임씨의 아내가 이웃들에게 조금씩 빌린 돈으로 먹을거리를 샀다. 임씨는 그런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다.
“항상 고맙죠 뭐. 계속 내 옆에 붙어서 간호하고 음식과 간식 챙기는 데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해요. 간호를 하며 두 번이나 쓰러진 적도 있죠. 자신도 아프면서 나를 위해 애쓰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또 이들 부부는 올해 4월 세례를 받았지만, 병마의 고통으로 성당을 찾는 것도 힘겹기만 하다. 허리가 아파 서지도, 오래 앉아 있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성당에 나가고 싶지만 도리가 없네요. 그래도 신부님과 수녀님이 찾아오셔서 기도도 해주시고 따뜻한 위로도 건네주시니 위안이 됩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874 우리은행, 703-01-360450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