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루카 11,4】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악마가 유혹자다
테르툴리아누스는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실 때 입증되었듯이 유혹하는 자는 주님이 아니라 악마라고 말합니다.
순서가 잘 정돈되어 있는 주님의 기도를 자세히 묵상해보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실 뿐 아니라 철저하게 죄를 피해야 한다는 말씀을 덧보태십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곧, 유혹자가 우리를 이끌지 않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 결점과 사악함은 악마에 속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경우에도, 아들을 희생 제물로 바치라고 명하신 것은 그의 믿음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믿음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구도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하느님보다 더 아껴서는 안 된다는(루카 14,26) 가르침의 본보기로 아브라함에게 그런 명령을 내리신 겁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악마의 유혹을 받으시면서 그 유혹을 숨어서 연출하는 자를 밝히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은 사도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 기도하여라”(루카 22,46)고 말씀하실 때 다시 한 번 이 명령을 확인하십니다. 그들이 주님을 버리고 도망치는 유혹에 빠진 것은 기도 대신 잠에 취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에 균형을 이루고 그것을 해석하는 구절이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입니다(테르툴리아누스, 『기도론』, 8).
악에서 구하소서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는, 루카 복음에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기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인도되는 것은 악에서 구원받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드릴 때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청할 것을 주님께서는 명하십니다. 루카는 이것으로 기도를 마칩니다만 마태오는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마태 6,13)
이 두 구절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은 곧 악에서 건져내는 것입니다. 무엇에 빠지지 않는 것과 그 무엇에서 건져내지는 것이 똑같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에서 어긋난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루카 복음 주해』, 77).
그럼 이제 빵 세 개만 꾸어 달라고 줄곧 졸라대는 친구의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한밤중에…‘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잠자리에 들었네.’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루카 11,5-8)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1세기의 손님 환대법에 따르면 한밤중 손님을 환영하는 자리에는 공동체가 모두 참석하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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