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따라 새벽부터 더위를 몰아내듯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수원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주교를 비롯하여 신부, 수녀, 신학생, 그리고 인근 군과 서울 돈암동, 정수동 그 밖에 수도원에서 4천 여명이 참석하였다.”
새벽부터 더위를 몰아내듯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교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가톨릭시보는 1967년 10월 8일자 3면 상단을 할애, 교구의 9월 ‘순교자성월’(당시 복자성월)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수원교구는 9월 복자성월을 끝마치고 순교의 ‘얼’을 현양하기 위하여 10월 1일 12시 정각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마지막으로 미사를 지내던 경기도 양지의 ‘골배마을’에서 순교복자대회를 가졌다.”
‘골배마을’이란 은이성지의 ‘골배마실’을 지칭한다. ‘배마실’이라는 동네 이름에서 유래된 ‘골배마실’은 뱀과 전갈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라 뱀마을 즉, 배마실로 불려왔다. 김대건의 가족이 거주하던 집은 배마실까지 이어지는 골짜기 안에 있어 ‘골배마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이다.
“정각 11시 양지성당을 떠난 이들은 윤 주교를 선두로 행렬을 시작하여 장장 3킬로의 긴 행렬은 글자 그대로 장관을 이루었다. 용인 태성고등학교 악대가 연주한 ‘복자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윤 주교와 여덟 명의 수원교구 신부가 공동집전한 미사는 정오에 시작하여 1시30분까지 계속되었다.”
1967년, 순교자성월을 맞이한 교구의 모습은 가을비 속에서도 뜨거웠다.
오기선 신부(당시 서울대방동본당 주임)는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에게 “치명자의 후손인 우리들은 치명자의 후손으로 해야 할 본분을 다하고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가톨릭시보는 당시 순교자성월의 모습을 전하며 사진을 실었는데, 사진의 제목은 ‘비 내리는 심산유곡 ‘골배’서의 복자대회’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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