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직 수락 후 일정이 빡빡했어요. 이미 서품식이 로마로 정해져 있었기에 빨리 로마로 가야했지요.
그때가 10월 20일 그해(1963년) 전교주일이었는데, 교황 성하께서 이미 14명의 주교 서품을 정해놓으셨던 것이죠. 그 중 하나가 나였는데, 난 9일 통보를 받은 거예요. 11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마음만 급했죠.
당시 1960년대 초는 한국에서 외국에 나가기가 아주 어려운 때였어요. 여권 발급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9일에 통보를 받고 그 다음날 발표가 났으니, 준비할 시간도 모자랐죠. 막막했어요.
그 다음날부터 정신없이 바빴어요. 호적등본부터 서류가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같이 일하던 직원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서류를 준비해줬어요. 10월 10일 하루 만에 급히 서류가 준비됐죠.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교황대사님이 외무부에 편지를 써주겠다고 하시기에 그 편지를 들고 직접 외무부에 찾아갔어요. 그 편지 안에는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윤 빅토리노 신부(당시)를 로마로 불렀다. 교황대사의 이름으로 여권을 내달라’라는 내용이 들어있었죠.
그 편지와 함께 여권을 신청했는데 이틀 만에 여권이 나왔어요. 외무부 직원도 “일주일 내에 여권을 받은 사람이 없는데, 정말 빨리 나왔다”며 놀라더군요.
여권을 받고 수속에 속도를 냈어요. 이탈리아 비자도 받았어요. 그렇게 로마로 갈 준비가 하나씩 진행됐죠.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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