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베드레헴·암본·베이징·딜리·베네수엘라=외신종합】천년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성탄절을 맞은 12월 25일 지구촌은 경건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뻐하며 평화와 용서의 정신을 되새겼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5일 0시 라틴어로 『정의의 문을 연다』고 선포한 후 성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열어 대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교황은 이어 『천주여, 새로운 약속과 굳은 신념을 갖고 이 문을 들어오는 모든이드에게 구원을 내리소서』라고 기도하며 희년의 정신으로 살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발표한 전통적인 「우르비 엣 오르비(로마 안팎의 신자) 축복」메시지를 통해 『슬픔과 전쟁으로 얼룩진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그리스도 당신을 바라보게 된다』면서 폭력과 증오에 의존하는 마음과 무의미한 무기 사용을 중단할 것을 전세계 인류에게 호소했다.
교황은 26일에는 러시아와 교전 중인 체첸공화국과 쿠데타 여파로 고통받고 있는 코티드부아르를 떠올리며 당사자들의 화합을 거듭 촉구했다.
성탄의 복음은 전쟁과 재앙의 상처 속에 신음하는 지역에도 예외없이 울려 퍼졌다. 예수님이 탄생한 베들레헴의 구유광장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0시 자정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첼 사바 주교는 『전세계에서 불공평을 조장하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교와 회교간의 평화와 협력을 촉구했다. 베들레헴 거리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졌으며 동방박사들이 예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봤다는 인근 들판에서도 달빛 아래 조용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 탄생을 계시받은 성모영보 성당에서도 1000여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미사가 봉헌됐다.
지난 1년간 종교간 유혈 충돌로 황혜화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성탄의 소식이 메아리쳤다. 성탄을 앞둔 22일 43명의 부고를 접한 암본이 그리스도인들은 무장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경건한 성탄절을 보냈다.
42년만에 교황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룬 중국에서도 모처럼 교회마다 많은 신자들이 찾아 성탄축하 열기로 가득했다. 베이징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는 일부 정부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카오 반환에 이은 중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미사가 봉헌되기도 했다.
동티모르의 정신적 지도자 카를로스 벨로 주교는 24일 딜리에서 열린 성탄축하집회에서 『후세의 평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군부 지도자들을 용서하자』고 호소하며 용서와 회개의 정신을 역설했다. 사상 최악의 수해로 5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성탄 축하를 잠시 뒤로한 채 전국민이 피해복구에 매달렸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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