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리 지음/마을/90쪽/7000원
『한사흘 몹시 앓았다가/자리에서 홀로 일어서 보면/두 다리가 휘청/머리 속은 윌 바람 지나간 듯이/그래도 아직은 아니다/가라앉은 욕심까지 잦아들어/가벼이 떠다닐 수 있기가지는』(삶 Ⅶ-몸살 전문)
「서로 간지럼 태우기」등 동시집과 다수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 정두리(세라피나)씨가 시집 「사람이 되어 더 부끄러운」을 펴냈다.
수필가 피천득씨가 평한 바 있듯 정씨의 시는 『시인의 맑고 깨끗한 마음이 특별한 기교없이 일상적인 시적 대상과 언어로 이어져 특유의 효과를 이루고』있다. 시인은 극히 일상적인 소재에 독특한 정감을 불어넣는다. 붕어빵, 세숫비누, 누룽지, 바나나 등 주위에 널린 물건부터 공공근로사업을 나가는 미영엄마, 구로역 버들피리 장수 할머니의 삶에 이르기까지.
보지 못하던 것들에 눈을 뜨이게 하는 일이 원체 시인의 몫이긴 하지만 정씨가 보옂는 노라운 우주는 평범하고 자잘한 일상이었다는 점에 닑는 이에게 더 큰 감흥을 가져다 준다. 시인은 『이번 시집이 고통과 기쁨 속에서 준비되었다』며 『부끄러운 일이고 그 부끄러움 속에 숨어 있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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