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0월 14일, 이탈리아 로마로 출발했지요. 당시엔 일본 도쿄까지 가서 팬암(팬아메리카항공, 미국의 민간 항공회사) 같은 미국 비행기를 타고 태국, 인도, 이란 등 여러 곳을 들러서 로마로 갔죠. 사발기(엔진 4개짜리 비행기) 말이에요.
로마엔 혼자 갔어요. 그런데 가기 직전에 주임신부(한요안(영문이름 하이씨) 신부?메리놀외방전교회)가 서품식에 참석하려고 나 모르게 이벤트를 준비했죠. 메리놀회와 나는 특별한 관계가 있어요.
하룻밤이 지나 로마에 도착했고, 로마에서 유학하는 신부님들과 그곳에서 체재하는 이들이 마중을 나왔죠.
또한 공의회 회기기간이었기 때문에 로마에는 한국 주교님들이 다 계셨어요. 그때 한국 주교님들은 모두 한 호텔을 빌려 묵고 계셨는데 저도 그곳으로 갔어요. 주교님들께선 기뻐하며 축하해주셨죠. 사실 주교님들은 소식을 들으시고 내가 제때 올 수 있을지 걱정하셨다고 해요.
그 후에는 붉은 수단 등 주교 옷도 맞추고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요. 피정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죠. 토요일에 교황님 알현도 있었고, 서품식이 10월 20일 오전이었으니 그때까지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어요.
교황청 ‘포교성’에서도 빨리 준비하라고 해서 포교성 단골 옷집에 가서 옷을 맞추고, 교황님께 대한 순명 선서를 하고, 신앙고백도 했죠.
수단은 즉시 맞췄는데, 그때는 주교 예절용 버선과 신도 따로 있었어요. 그건 빨리 만들 수가 없어 원래 만들어져 있던 것을 사서 신었더니 신발이 너무 컸어요. 그래도 버선은 접어서 줄을 꽉 죄니 괜찮았죠. 또 지팡이는 포교성에서 마련해 놓았어요. 그 지팡이는 예절 중에 교황님께로부터 직접 수여 받았죠. 아직 그 지팡이는 수원교구에 그대로 있어요. 이제 그 지팡이가 수원교구 역사에 뜻있는 유물이 되겠지요.
이처럼 직접 준비를 하다 보니 정말 내가 주교로 임명 받았다는 사실과 수원교구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무를 받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어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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