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마음을 열어보세요. 마음을 열어야 회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깨닫고 가난한 이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알게 되겠죠. 자, 이제 우리에게 오실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그동안 잘못했던 일을 되돌아봐요.”
“네 신부님, 한국 생활이 힘들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11일 경기도 화성시 마리아의종 수녀회 피정의 집. 준노하라 오사 신부(성 아우구스티노수도회·필리핀)의 열띤 강의에 20여명의 필리핀인들의 다부진 다짐들이 이어졌다. 강의실 한쪽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 모습, 새해의 다짐을 적는 모습 등도 눈에 띄었다.
강의가 끝난 후 한동안 묵상하던 제야 씨는 “피정에 참여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많은 위로가 되지만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면 고독감과 그리움이 엄습해 올까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오사 신부의 특강에 함께한 이들은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엠마우스(위원장 최병조 신부, 이하 엠마우스)의 필리핀공동체. 대림시기를 맞아 ‘피정’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엠마우스는 한국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을 위로하고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해 매년 대림, 사순, 연중 피정을 마련하고 있다.
함께 피정을 지도한 엠마우스 위원장 최병조 신부는 “한국에 돈을 벌기위해 온 이들은 일상에서 기쁨이 없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 지낼 수 있는 성당 마련이 절실하다”며 “이들은 한국인들의 차별에도 힘들어하지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타향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 ”이라고 했다.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이주노동자. 신앙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한국에서 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일 뿐이다.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이들에게 ‘차별’과 ‘무시’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다.
피정에 참여한 젬비 씨 또한 그렇다. 1991년 한국에 와 처음 들었던 소리는 ‘야’ ‘똑바로 해’였다. 사장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내뱉은 말이었다. 지금은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하루 종일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여 만원 남짓. 같은 일을 하며 한국인은 180만 원을 받지만 그는 100만 원이라도 벌어야 고향의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할 수 있다.
2007년 마지막으로 고향을 다녀왔다는 그는 “고향에 있는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 차별과 모욕감도 이겨낼 수 있지만, 그리움과 고독함, 영적 갈증을 해결할 수 없어서 더 힘든 삶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을 웃음 짓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주민 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성당’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젬비 씨는 “국제본당이 마련되면 성당에서 성가대 연습도 하고 같이 미사도 드리면서 많은 위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수원 엠마우스는 그동안 복지서비스 제공은 물론 이들의 최종 꿈인 ‘국제성당’ 건립 기금 모금에 함께 하고 있다. 6년여 동안 꾸준히 기금을 모아 현재 1억 6000만 원이 모여진 상황. 지난 10일에는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금일봉을 전하기도 했다.
위원장 최병조 신부는 “이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하느님을 체험하고 그 안에서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갈 성전”이라며 “국제성당이 건립된다면 이주민들이 느끼는 고독감과 그리움을 삶의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계좌 : 03227-12-004018 신협(예금주 : 이주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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