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
우리 본당은 2009년 판교 신도시에 설립된 햇병아리 성당입니다. 신설될 당시 신자 250여 명으로 토박이 신자라고는 한 사람도 없고 전국 각지에서 입주를 시작한 신도시. 누가 본당 신자인지도 서로 모르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을 모시고 모본당인 이매동성당에서 두 달 보름을 더부살이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마련해야 하는 막막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는 남녀노소 구별없이 안면이라도 있다 싶으면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잡무를 처리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잡초와 돌무더기들로 가득한 황무지 같았던 성당 부지에 임시성당을 지어 입당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작은 공동체는 감격적인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해 12월 예수성탄대축일에는 저에게 초대 본당 총회장이라는 중책이 맡겨졌습니다. 신설본당 총회장이라는 피하고 싶은 직함에 “예”라고 응답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여 년 전부터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포콜라레(마리아 사업회) 운동 때문입니다. 포콜라레 운동의 이상은 “이 사람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와 유언에서 출발합니다. 즉 본당 안에서 본당 신부님을 중심으로 모든 단체와 신자가 주님 안에서 일치를 지향하는 본당운동이 포콜라레 운동입니다. 이 포콜라레 운동의 정회원인 저에게 총회장이라는 부르심은 거절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즉시 일치의 정신으로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답해드렸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본당은 차츰 제 모습을 갖추어 가면서 활기차고,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로 거듭 태어나고 있으며, 이 모습을 보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레지오마리애의 힘, 그리고 성모님의 힘입니다. 우리 본당은 가장 빠른 시간에 레지오가 창단되어 15개월이 지난 지금은 남녀 꾸리아까지 창단되었으며, 본당 봉사자들의 70~80%가 레지오 단원들로서 본당 봉사활동의 초석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레지오에 힘을 불어 넣어 주시는 신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내년이면 새 성당 신축을 시작해야 하기에 성모회는 성당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성당 마당에서 영하의 추위에도 몸을 떨면서 봉사하고 있으며, 각자 맡은바 소임을 충실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공동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이 되어감을 느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성체 앞에서 질문을 해 봅니다. ‘나는 과연 이 공동체에서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저는 ‘모든 제 단체와 공동체의 종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성당 구석구석을 살피며 불편함이 없는지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주보성인이신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을 모범삼아 겸손과 가난의 삶을 살겠습니다. 아름다운 성당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그 날을 그리며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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