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초승달과 밤배」「생각하는 동화 시리즈」와 같은 투명한 글로 세상과 마음의 때를 닦아온 동화작가 정채봉(프란치스코·서울 수유1동)씨가 최근 에세이집 「눈을 감고 보는 길(샘터)」, 성장소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햇빛출판사)」를 내놓았다. 두 권의 책은 지난 1년간 병상에 있던 그가 우리 앞에 환히 내보인 것이라 더욱 반갑고 고마운 일.
「눈을 감고 보는 길(샘터)」에서 정씨는 암투병을 하며 겪은 일들과 느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나직이 이야기한다. 병실 창문너머 방죽길을 걷는 이들, 지하철을 타고 새벽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부러웠다고 말하는 정씨.
그러던 그가 이제 병을 이겨내고 『쉰살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새순인 양 「새 나이 한 살」을 얻었다』며 기뻐하고 있다. 정씨가 「이녀석들」이라고 부르는 암종양과 전투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랑하는 친지, 친구, 주위 신자들의 기도 역시 기적을 일구어낸 힘이라 여긴다.
병상에서 지난 삶을 정리하던 그는 예전 신문에 연재하던 소설 하나를 떠올렸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 원고를 다듬고 골라 책으로 엮어낸 것이 성장소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햇빛출판사)」. 정씨는 『삶을 되돌아보면 갖가지 회한과 행복감이 밀려오게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이 일생의 파라다이스였다』며 『나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이 책의 주인공 박계수나무를 떠올릴 때 세상의 때가 많이 묻어있는 현재 모습이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많은 소설가와 시인이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를 발표하고 동화가 많은 사랑을 받는 출판계의 현상에 대해 그는 『본질을 외면하는 세태에 찌들린 현대인들이 영혼의 양식을 찾아서 오는 것이 아닌가』하고 조심스레 대답한다.
『동심(童心)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 정씨는 『동심은 영혼이 고향이며 동심의 회복은 아버지 품 속의 걱정없던 날로 되돌아오는 탕자의 회개』라고 말하며 이런 세상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세상일 것이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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