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를 떠올릴 때 흔히 많은 이들은 「성직수도회」라는 오해(?)를 갖는다. 그도 그럴것이 수련중인 회원들을 제외하고 예수회 안에서 영구허원을 마친 평수사의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9년말 현재 예수회 한국지구에는 수련생들을 포함 127명의 회원이 있는데 그중 양성과정을 끝낸, 즉 영구허원을 한 평수사는 단 두명이다. 그런 면을 감안할 때 현재 서강대학교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전주희 수사는 참으로 독특해 보인다.
이에 대해 전수사는 「예언자적 소명」으로, 사회인류학적 용어를 쓴다면 주류문화에 대한 「대항문화(Counter Culture)」개념으로 자신이 가진 수도회내 평수사의 위치와 의미를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성직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성직자나 수도자들을 보고 신선한 가치를 느끼듯, 수도생활에 정진하는 소수의 수사들은 성직생활을 하는 다수의 회원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예수회의 경우 수련과정시 사제지망과 평수사 지망을 선택하게 된다. 평수사보다 성직자를 희망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한국적 현실(?)처럼 전수사 역시 수도회 입회후 사제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수련과정중 영신수련 피정을 하는 가운데 「평수사로 불림」을 체험한 전수사는 그후 3개월여에 걸친 식별과정을 거쳐 평수사로 살기를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성소는 신비입니다. 세상에는 남성과 여성이 있고 각자 나름의 가치와 존엄성이 있습니다. 여성이 자신이 가진 가치와 기쁨을 발견하고 남성이 되지 못한 점만 불평한다면 불행하다고 할 수 있겠죠. 수사로서의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전수사는 성직자들이 선호되는 상황에서 수사로서의 가치와 존재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수사생활은 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언했다.
평수사들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예수회 전체 차원에서도 평수사 문제를 「죽어가는 성소(Dying Vocation)라고 말할 만큼 그에 대한 문제를 우려하고 있고 수도회 카리스마의 생존과도 관련되는 사안으로 간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넘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전수사는 들려준다.
『평수사 성소의 활성화는 평수사들의 역할 및 지위 향상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생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특히 평수사의 위치가 약화됐던 것은 교구 중심의 교회상황이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그런면에서 교구 수도회가 성소계발과 교회 성장을 위해 서로 협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수도회들도 평수사들에게 활동 영역을 넓혀 줌으로써 많은 청년들에게 평수사들의 존재와 가치를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수사는 목수일을 하던 평수사가 일련의 교육과정을 거친 후 예수회 전체 평수사 관리 보좌관이 됐던 사례를 들어 평수사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 지위 부여, 역할 제공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거의 교회는 평수사들의 덕을 겸손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미덕 등으로 설명했고 또한 그러한 모습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현시대 안에서는 더 이상 그러한 가치들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교회는 평수사들이 보여줄 수 있는 「덕」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도 성소 및 평수사 성소의 증가는 요원할 것 같습니다』.
수사들 자신도 기존의 교회가 요구했던 모습들에서 탈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수사는 부언한다.
수도회 입회후 12년동안 수사로 지내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심적 갈등이 없었던 것은 동료 선후배들의 「수도성소 자체에 대한 격려」가 큰 힘이 됐던데 있다고 털어놓은 전수사. 앞으로 바램이 있다면 『빈민선교에 여력을 쏟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88년 예수회에 입회한 전수사는 90년 영구허원후 지난 12월부터 서강대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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