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엄청난 양의 작품과 다양한 주제와 기발한 해석과 대담한 실험정신으로 성경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타고난 혜안으로 인간조건을 꿰뚫어 보는 독창적인 작품이고, 인간 내면의 성찰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가 그린 ‘이집트로의 피신’도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그림 같지만, 작품의 내면으로 들어가면 기발한 해석이 나옵니다. ‘이집트로의 피신’은 마태오 복음 2장 13-15절이 그 배경입니다.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오 2,13-15)
그렇다면 요셉은 왜 이집트로 피신했습니까? 요셉은 왜 꿈에 그런 지시를 받았습니까? 요셉은 왜 밤에 그곳을 떠났습니까? 그 이유는 구약의 요셉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이 형들에 의해 이집트의 노예로 팔려가듯이 예수님의 양부 요셉은 밤에 빈털터리로 이집트로 갑니다. 무일푼인 그가 이집트에서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노예처럼 살았을 것입니다. 맨발의 삶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는 그런 삶의 배경을 어두운 밤으로 그렸고, 요셉의 그런 처지를 맨발로 그렸습니다.
또 야곱의 아들 요셉이 꿈을 지혜롭게 해석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구했듯이, 예수님의 양부 요셉은 꿈의 지시대로 행동하여 예수님을 구해낸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은 고개를 돌려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이집트로 피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찬란하게 빛나는 아기 예수님은 어머니를 바라보고, 아기를 품에 안은 마리아는 요셉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선이 요셉의 밝은 쪽 어깨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까?
요셉의 두 어깨는 빛과 어둠으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시선으로 보면 삶의 무게가 어둡게 느껴지지만 하느님의 시선으로 보면 고된 삶이 구원에 이르는 광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요셉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의 어두운 쪽 손에는 평생토록 노동을 하는 나귀의 끈이 쥐어져 있고, 밝은 쪽 손에는 밝은 삶의 이정표가 될 지팡이가 쥐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50장에 보면 야곱이 장례를 치를 때, 야곱의 아들 요셉이 야곱의 온 집안사람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합니다. 이것이 이집트 탈출의 예행연습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헤로데가 죽자, 예수님의 양부 요셉은 천사의 지시대로 온 세상의 구원자 예수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로 인도합니다. 이것이 “그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오 2,23) 하신 예언을 가능케 했습니다. 그래서 아기는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와 같이 나귀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평화의 임금은 나귀를 타고 오시니까요.
그래서 요셉은 평화의 임금을 모시고 세상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모시는 이의 발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비록 그는 맨발이지만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복음생각을 집필하고 삽화를 그려주신 손용환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1년에는 최인각 신부님(수원가톨릭대 교수)께서 주일 복음묵상과 강론을 이어주십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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