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은 곧 삶이다”라고 말한 김안나 수녀는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풍요로운 삶은, 죽음이 삶의 한 과정임을 받아들이는데서 비롯된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동숭동 세우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연극은 2003년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내용을 모티브로 한다.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있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환자를 돌보면서 일어난 일과 사연을 담고 있다. 실제 사연을 중심으로 제작된 연극은 덕분에 ‘죽음’ 이야기를 호소력 짙게 그려낼 수 있었다.
공연 오픈을 하루 앞두고 프리뷰 현장에서 메리포터호스피스영성연구소 기획팀장 김안나 수녀를 만났다. 그에게 연극을 무대에 올리게 된 계기를 물었다.
“죽음은 삶과 다르지 않아요. 십자가와 부활이 다르지 않은 것 같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죠. 그런 분들께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께 초대받은 것임을 전하고 싶었어요.”
김 수녀는 서울 후암동 ‘모현가정호스피스’에서 사별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별모임을 통해 이번 연극의 제작자 박용범(마르티노)씨와 인연을 맺었다. 올 1월 아버지와 사별한 박 씨는 사별모임에서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를 접하고,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박 씨가 책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호스피스 영성을 학술적으로만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퍼포먼스와 함께한다면 관객과도 소통하고, 전달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연극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연극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김 수녀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극의 내용이 무겁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죽음’과 ‘수녀’라는 무거운 주제를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여기에 연출가의 서정성이 가미돼 한 편의 아름다운 연극이 완성됐다.
김 수녀는 관객들에게 연극을 보는 ‘팁’을 살짝 알려줬다. “극 속에는 다양한 죽음 이야기가 나와요. 하지만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죠. 연극을 보면서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그는 매주 일요일 공연 후 관객을 대상으로 ‘버리고 떠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죽음을 생각하고,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는 시간이다.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 현대인들에게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한 달간 공연되는 연극에 대해 김 수녀는 ‘초연’인 만큼 부족함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족함으로 인해 더욱 편안하게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수녀는 이와 함께 연극에 거는 작은 희망도 전했다.
“한 달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런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저희 수녀회가 처음 시작한 강릉과 현재 모현의료센터가 위치한 포천에서도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제작감독 박용범 마르티노)에는 다양한 죽음이 있다.
그림 하나에 목숨을 걸고 살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청년, 자식을 두 번이나 버리게 된 할머니, 압구정의 빌딩부자 자린고비 할아버지, 서로 좋아 죽고 못 산다는 젊은 부부 등의 사연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이들과 만나 좌충우돌하는 수녀들의 웃지 못할 이야기도 펼쳐진다.
연극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불치병 환자들을 정성껏 돌봐온 수녀 3총사의 실제 사연을 담은 책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를 무대로 가져와 삶과 죽음,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전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연극은 내년 1월 16일까지 이어진다. 2만~3만 원.
※문의 02-318-4148 극단 마중물
▲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