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주교님과는 서품식 후에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죠. 그 뒤로 2년 후엔가 앨버트 주교님이 자신의 교구 베터르스트 설립 100주년 기념 축제 때 나를 초청해서 호주를 방문한 적도 있어요.
19일 토요일에 미리 가서 교황님을 알현하고 20일 오전에 서품식이 열렸죠. 서품식 후엔 우르바노대학에서 교황님과 점심식사를 했어요. 식사 후 교황님을 다시 알현하고 인사를 드렸지요.
새 주교님들을 따라온 가족들과 축하객들이 많으니 그들과 함께 교황님을 알현했어요. 난 북한에서 내려와 가족이 아무도 없었으니 한요안(영문이름 하이씨) 신부를 비롯해 김영환 몬시뇰과 로마에서 공부하던 한국 신부들을 모두 데리고 갔어요. 10명 쯤 됐던 것 같아요.
옆에서 교황청 포교성 장관이 나를 교황님께 소개했는데, 내가 유난히 젊어 보였던지 나이가 몇이냐고 물으시더군. 내가 “서른 아홉살”이라고 대답했더니, 교황님께서 “뭐, 나이는 금세 드는 것이니까”라고 말씀하셨어요. 재미있는 일화죠. 짧은 만남이라 더 긴 이야기는 할 수 없었어요.
주교품 받고난 직후에는 로마 메리놀외방전교회 지부에서 한국 주교님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어줬어요. 로마 메리놀외방전교회에는 인천 나 주교님과 청주 파 주교님이 머물고 계셨죠.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재셨던 파 주교님은 1962년 나를 당신의 비서로서 공의회에 데려가셨던 적이 있어요.
또 서품식 후엔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피정의 집에 들어가 열흘 간 피정을 했어요. 그리고는 바로 제2차 공의회에 참석하게 된 거예요.
▲ 1963년 10월 20일 로마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거행된 주교 서품식에서 새 주교들과 함께 서 있는 윤공희 대주교(오른쪽에서 세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