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교구마다 한목소리로 신자 개개인과 교회의 내적 쇄신을 우선 강조, 이를 위해 성경말씀의 생활화 등을 실현하는데 박차를 가해온 한 해였다.
특히 인간생명수호뿐 아니라 창조질서보존을 위한 노력이 교회 각계에서 펼쳐졌고, 디지털복음화를 위한 다양한 사목적 시도들도 새로 선보이는 시간들이었다.
반면 교회 안팎에서는 다양한 가치관을 무력화시키는 물질 중심적 사고를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힘겨운 여정이 여전히 이어지는 아쉬움도 컸다.
2010년의 끝머리에서 지난 한 해 한국교회 사목 전반을 돌아본다.
■ 일반교회사목
“한국교회 복음화율 10% 달성”
▲ 가톨릭아시아평신도대회 중 명동 코스트홀에서 열린 국가 단체별 홍보 부스.
이러한 면에서 올 한 해 한국교회의 행보는 인간생명 수호뿐 아니라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와 행동을 보여 관심을 모은다.
우선 전국 각 교구는 인간생명 수호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주교회의는 한국교회 차원의 생명윤리지침서를 발간, 생명윤리와 관련한 교회 가르침은 물론 각 기관단체와 교구, 본당, 가정 등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리사회 환경문제에 대한 사목 실천 방향을 담은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환경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지침서’도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발간했다. 이 지침서는 현재 졸속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관심을 모았다. 또한 주교회의는 제1회 전국 생명대회를 열었으며 가톨릭장기기증네트워크를 구축, 전국적인 생명수호운동에 힘을 실었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소명을 실현하는 노력은 아시아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지난 8~9월에는 ‘가톨릭아시아평신도대회’를 서울에서 열고 복음화의 의지를 다졌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교회의 역량을 보편교회에 널리 드러낸 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역량은 구체적인 결실로도 드러나 한국 신자들이 양성한 중국인 사제 2명과 아프리카 사제 1명이 올해 사제품을 받기도 했다.
2010년은 스마트폰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를 교회 사목에 적극 도입, 복음화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극 선보인 해이기도 했다. 춘천교구의 경우, 한국교회 내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방송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인사목의 인프라를 다지는 데에도 힘써왔던 한 해였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각 지역 사회에서 실질적인 노인사목을 펼치는 노력의 하나로 데이케어센터 설립을 확장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사회사목
“4대강 사업 저지에 총력”
▲ 사제들이 낙동강 달성보 공사현장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며 4대강 사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둘러싸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소위원회, 서울 환경사목소위원회 및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전국 교구의 각 단체가 힘을 모았다.
특히 4대강 사업저지 천주교 연대(이하 천주교 연대)는 지난 1월 공동대표단 집행위원회 워크숍을 열고 4대강 권역별 생명평화미사 봉헌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함께 연대한 전국 각 단체들은 크고 작은 철야 기도회와 생명평화미사, 국민서명운동, 강 기도 순례 프로그램, 생태적 감수성 개발을 위한 초록 피정 등을 통해 올바른 정책 변화를 촉구했을 뿐 아니라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더욱 쉽고 구체적으로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도록 도왔다.
지진, 홍수 등 국제적 자연재해가 유달리 많았던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교회는 세계 곳곳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제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난 1월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티를 돕기 위해 장기 재건 사업팀을 구성해 아이티 재건을 위한 직접 사업에 나섰다. 대지진 피해를 입은 칠레와 80년 만에 최악의 홍수로 고통 받은 파키스탄에도 한국교회의 인도적 손길은 계속됐다.
본당 중심의 사회사목활동도 그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지구 본당들이 교회의 소명인 이웃사랑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돕기 위해 본당사회사목지원사업에 주력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연대사업, 본당 구역 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 지구 단위 사회사목 사업 등을 지원해 본당과 지역 사회가 서로 협력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올해는 노동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도요안 신부(살레시오회)가 선종해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2009년 연구사업을 통해 마련한 자료집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를 발간해, 북한에 대한 우리 교회의 이해를 돕는 실용적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 문화·출판
“이태석 신부 삶 다룬 영화·책 인기”
· 문화
▲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영화 ‘울지마 톤즈’ 포스터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를 모은 분야는 영화다.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영화 ‘위대한 침묵’은 제목처럼 조용히 흥행열풍을 일으켰다. 또 수단의 슈바이처 고(故) 이태석 신부가 걸어간 숭고한 삶을 영상으로 복원한 영화 ‘울지마 톤즈’도 종교영화 흥행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오페라와 연극분야에서는 창작극이 쏟아졌다. 순교자성월에는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 성인을 주인공으로 한 ‘세인트 최경환’이 초연됐다. 가톨릭 문화기획 IMD는 지난해 뮤지컬 ‘이마고데이’에 이어 사제의 해를 맞아 ‘마음을 주었습니다’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종교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성과 재미를 함께 전하고 있어 종교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지난 17일부터 상연하고 있는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도 연극계에 종교 연극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와 오페라, 연극 등이 교회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면 음악과 미술 분야는 내적으로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 지난해 창립된 한국가톨릭작곡가협회의 꾸준한 활동과 더불어 주교회의 성음악분과위원회는 ‘새회중용 성가집’에 수록할 작곡공모전을 올 연말까지 진행하며 한국교회 성음악이 더욱 풍성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제1회 생활성가 포럼 개최, 서울 국악합창단과 수원교구 생활성가찬양사도단 창단 등 교회 내 단체들의 다채로운 활동으로 국악성가와 생활성가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 출판
▲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수필집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표지.
특히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와 가톨릭신문은 신자들 간에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올 4월부터 공동기획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을 연재하며 독서사목의 활로에 힘을 실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 골고루 왕성한 집필활동을 보였으며, 출판 장르 역시 시, 소설, 영성서적, 묵상집, 강론집, 유고집, 성인전 등 다양하게 출간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가운데서도 어린이, 청소년, 어른, 어르신 신자, 교리교사, 전례 봉사자 등 특정 계층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서적’들이 더욱 활기를 띠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가톨릭 출판계를 이끌고 있는 이해인 수녀, 차동엽 신부, 시인 신달자·정호승, 소설가 박완서·최인호·한수산씨 등 스테디셀러 작가들의 활동은 올해도 왕성하게 이어졌다. 아울러 한국 문학과 가톨릭 문단의 거장 고 구상 시인의 문학적·철학적 업적을 총 망라한 「구상문학총서」가 9년간의 작업을 통해 총 10권으로 완간됐다.
지난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이태석 신부(살레시오회)의 유작 수필집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가 7쇄에 들어가 2만 권 이상 판매, 교회 출판계를 강타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고 장영희 교수 등 고인의 삶과 업적을 추모하는 움직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계속됐다.
교회 출판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경’ 관련 책들도 꾸준히 출간됐는데, 특히 생활성서사는 한국교회 대표적인 성경공부 교재 개정판 「성경의 길을 따른 여정」(11권)을 완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