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충남 천안시 오룡동성당.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 등 총 5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여러분은, 마귀와 마귀의 모든 행실과 그 온갖 유혹을 끊어 버립니까?” “예, 끊어 버립니다.”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과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습니까?” “예, 믿습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질문에 이들의 다부지고 확신에 찬 대답은 성당을 가득 메웠다. 이어 유 주교는 “오늘 여러분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새로 태어났다”며 부디 오늘 받은 사랑과 은총을 마음속 깊이 잘 간직하고 신앙생활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당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크라스타(안나·28)씨는 “무언가 모르겠지만 가슴 깊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져 한없는 기쁨이 생겼다”고 했다.
대전교구가 교회의 사랑과 은총으로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을 품었다. 이날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천안모이세(담당 맹상학 신부)가 마련한 ‘2010년 세례와 견진성사’에서 세례자 5명, 견진자 7명, 유아세례 8명 등 총 20명이 교회의 품에서 새로 태어났다. 특히 이날 견진을 받은 한국인 7명은 이주민을 부인으로 둔 다문화 가정 가장들이다. 다문화 가정 가장들을 위한 단체 견진성사를 마련한 것은 한국교회 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주사목부 담당 맹상학 신부는 “지난 3년 간 다문화 가정의 가장들은 아내를 성당에 데려다주고는 성당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던 분들이었다”며 “적극적인 상담과 교리 교육 등 다각도의 사목적 접근으로 이들을 교회로 이끌 수 있었으며 현재 이들은 레지오, 영어미사 복사, 봉사 활동 등에도 열심한 신앙인으로 거듭났다”고 했다.
이날 남편들의 세례·견진성사에서 누구보다 기쁨이 컸던 이들은 이주민 아내들이었다. 종교가 없는 남편을 만나 그동안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아내들은 이날 성사 내내 가슴 벅찬 표정들이었다.
남편이 견진성사를 받아 하루 종일 가슴이 벅찼다는 필리핀 출신 박다스(마리에따·41)씨는 “너무 행복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남편과 자녀들을 천주교에 이끌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편들이 신앙을 갖자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유아세례를 받기 시작했다. 성당에는 왜 나가냐며 반대했던 남편들이 변화한 것이다. 남편들은 이제는 자녀들의 신앙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고 있다. 이날 강동석(베네딕토)씨도 2명의 딸과 함께 세례를 받았으며 견진성사를 받은 심용보(바오로)씨와 장병관(시몬)씨의 딸도 유아세례를 받았다. 심용보씨는 “한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고민했는데 교리공부를 하고 나서 기적같이 아이가 생겼다”며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아이를 다시 하느님께 봉헌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맹상학 신부는 “생계유지형의 삶을 이어가는 남편, 신앙이 다른 남편과 결혼하는 이주민 아내, 그리고 자녀들까지 모두 고려한 다각도의 사목적 접근이 오늘과 같은 열매를 맺게 해줄 수 있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문화 가정의 모든 구성원들이 신앙 안에서 성숙해 성가정으로 거듭나고, 복음화의 주체로서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맹 신부는 “오늘 세례자와 견진자는 여성은 레지오 평화의 모후에서, 남성은 모이세 사도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나갈 것이며 나아가 봉사활동, 성지순례 등에도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함께해 이들이 한국가톨릭의 인재이자 선교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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