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용서하는 사랑이 없으면 세상에는 불화가 그칠 날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세상에는 고쳐야 할 결점이 없고 따라서 더이상 착해질 필요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모두 크든 작든 결점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서로간에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그러기에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는 겸손과 자기가 받은 상처를 잊어 버리고 용서하는 사랑이 있을 때에만 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결점은 이기주의에서 나온다. 이기주의는 사랑의 결핍이다. 그래서 이기주의는 사람이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만든다.
사랑은 내가 손해를 보고 희생되고 괴롭더라도 남을 이롭게하고 만족시키고 기쁘게 하기를 원한다. 사랑은 받기를 바라지 않고 주기를 원하며 주기 위해서 기쁘게 자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이기주의는 남을 해치고 희생시키고 괴롭히더라도 내가 이롭고 만족하고 기쁘기를 원한다. 이기주의는 주기를 싫어하고 받기만을 바라며 받기 위해서 남에게만 포기하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이기주의는 사람의 마음을 메마르고 황폐하고 거칠고 냉정하게 만든다.
사람을 이기주의자가 되게 하는 것은 교만과 탐욕이다. 사람은 교만과 탐욕에 사로잡힐수록 더 철저하게 이기주의자가 된다. 우리의 마음은 모두 많게든 적게든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상처를 준 사람에서 용서를 청하고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용서를 청하는 것도 용서를 하는 것도 우리의 마음에서 이기주의를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이기주의를 버리는 것만큼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기주의는 남이 자기에게 주는 상처는 민감하게 느끼면서도 자기가 남에게 주는 상처에는 둔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으로 하여금 남을 괴롭히는 자기의 결점에는 무관심하고 자기를 괴롭히는 남의 결점에만 관심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자기의 결점은 보지 못하고 남의 결점만을 보고, 자기 탓을 할 줄 모르고 남의 탓만을 하며, 자기 결점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결점만을 고치려 들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비판받는 것은 두려워하면서도 남을 비판하기를 즐기고, 자기는 칭찬받기를 바라면서도 남은 결코 칭찬할 줄 모르고, 자기의 허물이 드러나는 것은 두려워하면서도 남의 허물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자기의 허물은 아무리 커도 이해하면서 남의 하찮은 허물은 이해할 줄 모른다. 이렇게 이기주의는 사람의 마음에서 사랑을 고갈시키고 미움과 분노와 시기와 같은 사랑에 대립되는 감정을 불어나게 한다.
사랑은 선이고 악은 사랑의 부정이다. 그러기에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악이다. 사랑은 남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남의 행복을 보고 기뻐하낟. 그러나 미움은 남이 불행해 지기를 바라고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한다.
사랑은 남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하게 하고, 미움은 남을 해롭게 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 사람이 사랑이 아닌 일체의 감정을 버리고 사랑의 감정만을 지닐 때 의인이 된다. 반면에 사랑을 버리고 사랑에 대립하는 감정을 지닐 때 죄인이 된다.
사람이 의인인지 죄인인지 드러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이다. 말은 사랑에서 나올 때는 남을 이롭게 하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되지만 미움에서 나올 때는 남을 해치는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된다. 사랑에서 나오는 말은 진실하고 교훈을 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희망은 준다. 미움에서 나오는 말은 속이고 미혹하고 비방하고 중상하고 실망시킨다. 미움에서 나오는 말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그래서 정의와 사랑을 어기는 무거운 죄가 되는 지를 사람들이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회서」는 이렇게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
『남을 헐뜯고 이간질하는 자는 저주받을 것이다. 이런 자들 때문에 평화롭게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망하였다. 매에 맞으면 맷자국이 날 뿐이지만, 혀메 맞으면 뼈가 부러진다. 칼에 맞아 죽은 사람이 많지만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은 더 많다. 혀 때문에 당하는 죽음은 무서운 죽음이고 그런 혀보다는 차라리 지옥이 낫다』(집회서 28,13,17-18,21) 말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은 의인이다. 자기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말을 절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치유받는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람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명하셨지만, 이 사람은 자기의 기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이 사실을 널리 알린다. 그래서 예수님은 활동은 못하시고 외딴 곳에 머무셔야 했다. 이 사람은 자기의 기쁨만 생각하는 이기심 때문에 해서는 안 될 말을 함으로써 은인이신 예수님께 피해를 입히고 만다 .이제 우리도 미움 때문에 말로써 남을 헐뜯고 중상하고 해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자.
『잘 들어라. 심판 날이 오면 자기가 지껄인 터무니 없는 말을 낱낱이 해명해야 될 것이다. 네가 한 말에 따라서 너는 의인으로 인정받게도 되고 죄인으로 판결 받게도 될 것이다』(마태오 12,36-37)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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