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한파가 한반도에 불어 닥쳤다. 서울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졌다. 체감하는 온도는 영하 20도 이하였지만 아기 예수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 12월 24일 우리 인간 곁으로 오셨다. 전국의 모든 성당과 가정은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기쁨으로 넘쳐났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두물머리에도 아기 예수가 찾아왔다.
4대강 사업 저지 천주교연대가 두물머리 농민들과 함께 성탄전야 미사를 봉헌한다는 소식에 경기도 양평까지 한달음에 쫓아갔다. 연휴를 맞아 거리로 나온 차들이 길게 늘어선 까닭에 평소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두 시간 넘게 달려갔다.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에 참례하는 한 봉사자가 신청한 곡이었다.
두물머리 근처에 내려앉은 어둠을 헤치고 비닐하우스 앞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서울대교구 조해붕 신부, 수원교구 양기석 신부, 의정부교구 조해인·민형기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가 이미 시작됐다.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을 비롯한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에서 찾아 온 70여 명의 신자들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양기석 신부는 강론을 통해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땅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남은 농민들과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신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여러분들의 마음이 다 같이 모여 미사 중에 하느님께, 세상과 생명을 위해 봉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탄 축제는 미사 후에도 이어졌다. 의정부교구 마재성지에서 반주봉사를 하는 합주팀의 캐럴 연주와 봄눈별님의 인디언 북 연주, 노래가 축제 분위기를 한층 흥겹게 했다. 봉사자들이 미리 준비한 떡국으로 배를 채운 참석자들은 장단에 몸을 맡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목동들의 모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정미(가브리엘라·42·수원 정자꽃뫼본당)씨는 “가족 공동체 같은 분위기에서 성탄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축제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내려오셨다면 아마 이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흥겨운 비닐하우스의 성탄 축제를 뒤로 하고 강가로 나왔다. 아기 예수가 모셔져 있는 구유를 보기 위해서다. 두물머리의 구유도 역시 비닐하우스 안에 만들어져 있었다. 소박한 구유는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환한 별이 욕심과 탐욕으로 깜깜해진 세상을 밝게 비추는 듯 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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