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선교회의 첫 사제가 될 이영중 부제에게 2011년의 시작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주님을 알고, 사랑을 배우고 너무나 긴 시간동안 그분의 길을 따라왔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의 문턱에 서있다. 오는 2월 8일 사제서품식과 함께 새로운 직분, 새로운 환경에서 사제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당신의 ‘뜻’을 찾았습니다
사제서품식까지 이제 한 달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하지만 이영중 부제에게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사제가 되기 위해 주님 앞에 섰다. 성소를 찾아 방황했고, 파나마에서 4년 반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하느님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홀로 가야만 한다’는 시 구절과 같이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 오는 2월 8일 사제품을 받으면 서울국제선교회 출신 첫 사제가 되는 이영중 부제는 하느님 뜻에 따라 새로운 직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숙모님이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 살아가실까 궁금해졌어요. 더불어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혼자 부산 구포성당을 찾아가 미사 드리고 교리교육을 받았죠.”
교리를 공부하면서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을 접했다. 책을 통해 수도회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이제는 불자가 아닌 수도자로서, 사제로서의 삶을 꿈꾸게 됐다. 여러 수도회에 문을 두드렸다. 이상하게도 번번이 인연이 닿지 않았다. 수도자나 성직자로 사는 게 주님의 뜻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다시 속세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몇 개월 간 생활하던 그는 우연히 ‘서울국제선교회’ 소식을 접했다. 그리곤 다시 한 번 주님의 뜻을 찾아보고자 입회를 결심했다.
# 당신에게서 희망을 찾았습니다
입회를 결심하고 설립자 고 김택구 신부와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이 부제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길이 아니라면 더 이상 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하느님의 뜻이라면 이곳에서 그 뜻을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역시나 주님의 뜻은 그곳에 있었다. 이 부제는 2005년 3월 서울국제선교회에 입회하게 됐다. 9개월 간 서울 영등포구 요셉의원에서 사회복지실습을 수료한 후 이듬해 1월 중남미로 파견됐다. 6개월의 언어교육 후에 파나마 요셉 신학교에 입학했다. 항상 마음속에는 ‘주님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담아 뒀다.
낯선 환경에서 스페인어라는 생소한 언어를 배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파나마 생활 2년이 지나자 말은 어느 정도 들리기 시작했지만 문화적 차이도 문제였다. 일 년 내내 후텁지근한 날씨를 경험한 탓에 한국의 추운 겨울바람이 그리울 정도였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 결심했다. 이 부제는 단 한번도 ‘포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2년이 되기 전까지는 정말 답답해 죽는 줄 알았죠. 말도 안 들리고, 날씨도 안 맞고…. 20대였다면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파나마에서 신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주말마다 나갔던 사목실습이었다. 성직자가 부족한 파나마에는 한 본당에서 60개 안팎의 공소를 관할하고 있었다. 신학생들은 4~5명이 한 조가 돼 봉사활동을 했다. 방학 때는 정글이나 도서벽지로 사목실습을 떠났다. 그곳에서 가정방문을 하며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세례와 견진 교육을 시키고, 일손이 필요하면 도움을 줬다. 작은 도움마저도 그들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다.
“중남미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이에요.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준비성 없이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진짜 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 현지인과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고 있는 이영중 부제. 그는 파나마 요셉 신학교에서 사목실습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가정방문을 하며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주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이제, 당신께 다가갑니다
2009년 12월 파나마 주교좌성당에서 부제품을 받은 그는 지난해 여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마지막 반년을 보내기 위해서다. 사제가 되기까지 그동안 걸어온 길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중에서도 돌아가신 당숙모의 말씀이 뇌리에 박혀있다.
“숙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저에게 사제가 돼 집안도 선교하고, 세계에 나가서도 선교하길 바란다는 말씀을 자주하셨어요. 하늘나라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제가 사제가 되길 바라고 있을 거예요.”
설립 5년째인 서울국제선교회의 첫 사제라는 부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담담하다. 그는 부족한 사람이 사제가 돼 부끄럽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 뜻을 따라 가고 싶다고 했다.
한 달 뒤, 이영중 부제는 사제가 된다. 주님께 다가가, 주님과 같이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다. 사제품을 받고 이 부제는 파나마로 다시 돌아간다. 파나마대교구 빈민지역인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에서 김무웅 주임신부를 보좌해 사목활동 할 계획이다. 이제 사제로서 첫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는 그는 희망에 찬 각오를 밝혔다.
“사제와 신자의 조화를 강조하고 싶어요. 신자들이 교회에서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있게 돕는 동시에 신자들과 마음 깊이 교감하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구상 시인의 ‘그분이 홀로서 가듯’을 읊조렸다.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저 2천년 전 로마의 지배 아래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의 수모를 받으며
그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백성들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
아니, 볼꼴 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 서울국제선교회는?
문화 이해·토착화 중심의 중남미 선교에 중점
중남미 지역 선교에 중점을 둔 서울국제선교회(대표 이재을 신부)는 2005년 서울대교구로부터 인준 받은 국제선교회다. 고 김택구 신부(1936~2008)의 요청으로 설립된 선교회는 무엇보다 현지문화 이해와 토착화된 선교를 중시여기고 있다. 중남미 현지에서 신학생을 양성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교회는 한국에서 신학생을 선발해 1년 동안 국내 사회복지시설에서 실습을 시키고, 수련을 마친 다음 파나마로 파견한다. 파견된 신학생들은 현지에서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방학기간 동안 사목체험을 한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중남미 지역에 파견돼 선교활동을 펼치게 된다.
현재 5명의 신학생과 부제 1명이 요셉 신학교에서 공부 중이며, 지난달 27일 신학생 1명을 현지로 파견했다. 또한 한국에서 사회복지실습 중인 신학생까지 총 10명의 신학생과 부제가 선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국제선교회 대표 이재을 신부는 “선교회 첫 사제가 나오는 만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파나마를 중심으로 점차 많은 중남미 지역의 나라에 선교회 소속 사제들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02-749-4596 서울국제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