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나름대로 잘 키워놓고 노후를 보내시는 부부를 뵌 적이 있습니다.
두 분이 살기에 적합한 아주 작은 집에서 화초를 가꾸고, 텃밭에 농작물을 키우시다가, 미사 시간이 되면 성당엘 가십니다. 두 분 어르신은 ‘소소하게 살다가 조용히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라 말하면서도, 규칙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평온하게 사시는 두 분께, 짓궂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람은 가끔 싸우기도 해야 사는 재미도 있다고 하시던데, 이렇게 두 분이 조용히만 사셔서 재미가 하나도 없겠어요!”
“싸우는 것도 젊을 때 싸우지 지금은 서로 힘이 없어서 싸우지도 못해. 그냥 조용히 하느님이 부르시는 그 날을 기다리는 거지! 그리고 말 안 해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우!”
“아니, 말 안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럼. 특히 우리 부부는 그다지 말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우리 부부가 꽤 괜찮은 보험을 젊을 때부터 하나 들어 놓아서 그래. 그 보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거지, 뭐.”
“아니, 무슨 보험을 들어 놓으셨는데요? 매달 연금이 많이 나오는 그런 보험인가요?”
“뭐, 돈을 많이 받는 보험만 좋은 보험인가! 우리 부부는 젊을 때부터 ‘추억’이라는 정말 소중한 보험을 들어 놓았단 거지. 우리가정은 아주 평범하고, 정말 보통의 가정이지만, 아낄 것 아낄 줄 알면서 애들이랑 함께 가까운 곳이든 조금 먼 곳이든 자주 여행을 했지. 그리고 늘 가족이 함께 산책하고, 등산도 자주 갔었지. 그러면서 밤 하늘의 별과 푸른 바다를 보고, 눈 덮인 산 속에서 우리는 가족 안에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 가도록 노력을 했지. 그 후로 가끔은 애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이 시골로 ‘여행’을 와. 우리 애들도 우리가 들어 놓은 ‘보험’이 마음에 드나 봐. 그래서 자주 여행을 하면서, ‘좋은 추억’이라는 보험을 잘 들어 놓더라고.”
“그러면 그 ‘추억’이 지금도 생각이 난단 말인가요?”
“에이, 이 사람! 나이가 들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 기억 못해.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추억’ 속에 나와 나의 배우자가 늘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아무리 나이를 들어도 그냥 말하지 않아도 세상 참 행복하게 살았다 말할 수 있거든.”
가끔 광고에 ‘100% 노후 보장’이라는 말에 혹 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가족이 함께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추억’을 잘 만들어가는 참 좋은 보험을 하나 들어 놓았으면 합니다.
‘좋은 추억’으로 많은 가족들이 좋은 삶을 사는 것,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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