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하델처럼 승마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말과 함께 걷고 소통하면서 장애를 뛰어 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 2011년 새해 새 아침, 교구 사회복지회 소속 둘다섯해누리(시설장 김상문 신부) 재활승마장에서 또 다른 리즈 하델을 꿈꾸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진주 양이 둘다섯하누리 재활승마장 유동식 주임의 도움을 받아 밝은 표정으로 ‘아체’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와~! 와~!”
“진주가 기분이 좋은가 봐요. 이렇게 팔을 흔들고 소리 내는 것은 진주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이거든요.”
말 위에 앉은 김진주(17) 양이 손을 휘저으며 소리 내어 웃는다. 김 양의 기분을 아는지 그를 태운 말 ‘아체’의 발굽 소리도 경쾌하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 양은 일주일에 두 번씩 재활승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말들과 친구가 된 지도 벌써 1년. 그동안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긴장해 말 등에 올라타기 위해 다리를 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다리도 쉽게 벌어지고 허리도 잘 펼 수 있게 됐다. 어려워하던 손잡이 잡기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말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상호 교감을 통해 안정감과 사회성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결실이다. 재활승마 유동일 팀장도 변화를 볼 때면 흐뭇하다.
“우선 진주가 많이 밝아졌어요. 말 위에 앉으면 밝게 웃어주죠. 또 승마는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허리에 힘이 생기면서 앉는 자세도 좋아졌어요. 이렇게 일정한 높이 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자존감도 높아지죠.”
재활승마 프로그램은 보행능력을 향상시키고 표현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에게 동물을 매개로 한 제2의 의사소통을 하게하며, 지능과 공간감각 발달에 도움을 줌으로써 집중력과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를 갖추고 있다.
40분간 말 ‘아체’를 타고 내려온 김 양이 다시 휠체어를 타고, 자신을 태워준 아체 옆으로 다가왔다. 아체가 고개를 돌려 김 양과 눈을 맞추자, 김 양도 손을 들어 아체를 어루만졌다.
“고마워, 아체.”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추위를 녹인다. 차가운 날씨지만 아체의 체온이 김 양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김 양의 얼굴에 또다시 웃음이 번졌다.
김 양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아체를 이끌어주던 유 팀장도 조용히 미소를 보였다. 아체의 눈도 웃는 듯하다.
▲ 김진주 양이 재활훈련 후 휠체어를 타고 자신을 태워준 ‘아체’를 만나고 있다.
▲ 김진주 양은 1년 동안 재활승마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 양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동일 팀장(오른쪽)과 유동식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