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희년이 되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대사는 중세시대의 면죄부와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몇 군데 성당을 방문하고 기도를 바친다고 해서 죄에 대한 벌을 용서받는다는 것이 우습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제가 잘못 생가갛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전대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답】질문자께서 전대사에 대해 중세의 면죄부가 생각난하도 하셨는데 우선 잘못된 용어부터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중세 때 교회가 남용해 프로테스탄트의 탄생을 가져온 계기가 된 것은 죄를 사해주는 면죄부가 아니라 대사부로 인한 것이라고 해야 올바른 것입니다. 당시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전을 건립하면서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성전건립기금을 낸 사람은 이것을 보속으로 인정해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사부를 주도록 했는데, 독일지역에서는 일부 교황청 사절들이 대성전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과도한 열성을 보이면서 대사부를 남발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잘못을 루터가 지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의 고해성사와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개신교 학자들이 이를 면죄부로 잘못 번역해 교과서에 싣게 되면서 원래의 내용과 다르게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전대사는 죄의 용서와 벌에 대한 교리를 올바로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개념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죄의 용서는 소죄의 경우 개인적인 통회를 통해서, 하느님의 법인 십계명을 어긴 대죄의 경우 고해성사를 통해서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자신이 지은 죄를 용서받았다고 할지라도 그 죄로 인한 벌을 용서받기 위해서는 기도나 희생, 자선 등의 보속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현세나 연옥에서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한 응분의 벌(잠벌)은 잘못된 행실을 고치고(교정적), 잘못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며(응보적), 또 다른 잘못에 빠져들지 않도록 막는(예방적) 기능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한 다음 사제가 주는 보속을 모든 정성을 다해 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죄를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거나 보속을 올바로 하지 못하게 되면 이러한 잠벌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이를 업애기 위해서라도 신자들은 자주 희생과 자선 등을 베푸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회가 특별한 시기에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잠벌을 완전히 없애주는 전대사의 은총을 선포하는 것은 신자들의 성화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면서 전대사를 선포하신 것은 국가에서 국경일 등에 형기를 줄여주거나 남은 형기를 없애주는 특사와도 같이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선포하는 전대사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고해성사를 한 후 그 교구에서 정해준 성당 순례를 하면서 바치는 기도나 자선 등을 할 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대사는 질문자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몇 군데 성당을 방문하고 기도를 바친다고 해서 죄에 대한 벌을 용서받는 우스운 형식이 아니라, 「선으로써 악을 이기기 위한」(로마 21,21) 신앙행위인 것입니다. 참고로 이 전대사의 은사는 선행 등으로 잠벌을 없앨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연옥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도 드릴 수 있으므로 이 영혼들을 위해서 전대사의 은사를 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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