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사순절에는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묵상할 수 있겠다. 이 책 「십자가의 길」은 김추기경의 예수수난 묵상을 장익 주교(춘천교구장)가 적절한 성서구절과 함께 엮은 것. 각 처마다 최종태 교수(한국가톨릭미술인회 회장)의 청동부조상이 실려있어 더욱 깊은 묵상에로 우리를 이끈다.
김추기경은 「십자가의 길」이 「생명의 길」임을 고백한다. 『우리는 예수께서 묻히셨던 그 무덤의 자리가 바로 부활의 자리임을 상기해야 한다. 십자가의 죽음 위에는 생명의 나무가 무성하게 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는 오늘 이시간,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우리는 하느님나라에 내일, 모레 혹은 10년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 시간,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는 그 순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묵상은 김추기경이 가톨릭신문 사장으로 재직하던 1965년 당시 사순절 기간 본보에 연재했던 것. 「지상성로순례(紙上聖路巡禮)라는 제목으로 일곱 차례 (2, 21~4, 4)에 걸쳐 연재된 이 묵상은 현대어로 조금 손보았을 뿐 그 당시 그대로, 마지막회에는 「지금까지의 필자-김수환 신부」라고 묵상의 주인공을 밝혀 놓았다.
『주여, 사랑에 미친 이여! 사랑에 눈먼이여! 신앙과 의지에 약한 나로 하여금 이 사랑에 불타게 하소서. 기진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 사랑의 힘을 주소서, 기진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 사랑의 힘을 주소서, 그리항 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당신 가시는 곳은 어디든지, 밤이건 낮이건, 비바람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땅 끝까지 나의 나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 뒤를 따르게 하소서』
구원되어야 할 영온히 하나라도 남아있는 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은 그치지 않는다. 그렇듯 그를 따르는 우리의 여정이 단 한순간 나태해질 수 없다고 추기경은 말한다. <가톨릭출판사/80쪽/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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