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구도의 길을 찾는 문인으로서의 동질감 때문일까. 소설가 최인호씨는 시인이자 승려인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한 구절로 하느님과의 경이로운 첫 만남을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첫 번째, 한 처음의 추억은 신새벽의 처녀성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내게 있어 하늘과 땅이 만나는 날카로운 첫키스였습니다. 이 키스는 영혼과 영혼이 부딪힘이었습니다. 부싯돌끼리 부딪혀 섬광과 같은 불꽃이 일어나듯이 주님과의 키스는 내 심혼의 심지에 불을 붙여 나를 살아 있는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였습니다』
언뜻 연애소설 같은 제목의 책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최씨가 지난 98년부터 2년간 서울대교구 주보에 연재하던 묵상 내용을 모아 놓은 책이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에 이은 세 번째 묵상집. 앞서 발간된 두 권의 묵상집이 성서구절에 관한 짧은 단상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반해 이 책은 유명한 예술작품과 일화를 인용, 성서말씀이 어떻게 문학과 미술, 건축과 음악 같은 예쑬과 일상생활 속에 녹아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묵상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주님과의 첫키스는 한용운의 시처럼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았으며 전 세계가 뒤바꿔져버리는 천지개벽의 대 변혁이었다』고 밝히며 『이는 내 가슴 속에 살아남아 생명의 강처럼 흘러내리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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