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아이들이 불합리할 경우를 당하면 함께 사워주고 장애아들이 사회에서 떳떳하게 「함께」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거예요』
서글서글한 눈매에 해맑은 미소가 한없이 선해 보이는 박수현(세실리아·29·서울 창동본당)씨. 박씨는 서울 창동 초등학교 특수학급 10명 아이들의 엄마이자 선생님이고 친구며 해결사다.
방학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이들만큼 교사들도 클텐데 박씨는 올 겨울방학을 옥선이를 위해 다 보내버렸다.
정신지체장애아 옥선이가 사시, 약시, 고도난시가 겹쳐 실명위기에 처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굶는게 일상이고 세수조차 못한채 학교에 나오는 옥선이가 안쓰러워 급식 후 남은 반찬을 싸 주었던 박씨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어머니가 가정부 일을 하며 번 돈으로 겨우 생활하는 옥선네 사정을 뻔히 알면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옥선이 수술을 위해 방법을 찾던 박씨는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류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재단에서는 생활보호대상자 증명서가 필요함을 통보했지만 옥선네는 동거하고 있는 새 아버지로 인해 생활보호대상자 등록이 취소된 상태였다.
등록을 위해 수차례 동사무소를 찾고 전화를 했지만 동사무소의 반응은 냉담했다. 박씨는 관할 교육청 교육감을 찾아갔고 민원서류를 준비, 결국 옥선네 집을 1종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시킬 수 있었고 옥선이에게 장애인등록증도 만들어 주었다.
옥선이는 한국실명예방재단과 여의도 성모병원의 도움으로 지난 1월 21일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이를 지켜본 성모병원 사회사업가 양의찬씨는 『병원 임퇴원 수속은 물론 수술 후에도 엄마 대신 밤새 간병까지 했다』며 『결혼도 아직 안한 선생님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복지관에서 근무하던 박씨는 특수교육도 조기교육이 중요함을 절감하고 지난 98년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주일학교 시절 성당 옆 농아선교원과 자주 「놀러갔었던」나환자촌에서 봉사하는 일이 일상이었던 박씨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잇는 직업을 택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웠던 일.
대학 입학 후에도 박씨는 삼양동 재개발지역 탁아시설인 「솔샘 공부방」에서 야학교사로 활동했다. 함께 했던 교사들 중 신부 수녀가 된 이들도 많다고 자랑하는 그는 『진정한 신앙은 나눔을 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곳에서만 생활했다면 교만해졌을텐데 하느님께서 겸손하게 살도록 이 길로 이끌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공부방으로 달려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특수교육 교사들의 모임 「너희들에게 꿈을 키워줄께」에서도 활동 중인 박수현씨는 『장애아들이 특수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일반학교에서 보통 아이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생활함으로써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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