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아시아, 유럽 등 대단위지역별로 당면한 과제들을 분석·발표하는 분과토의 시간, 민족 고유의 전통 문화를 선보이는 「문화의 밤」등을 통해 상호이해의 폭을 넓혔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행해진 각 종교마다의 독특한 의식에 따른 명상(meditation)시간이었다. 이때에는 종교 그룹별, 이를테면 불교,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한차례씩 다양한 명상의 시간을 준비한다. 다른 종교에서 진행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참여할 것을 권장하되, 거부감 등을 고려하여 참여여부는 각자가 결정하는데, 명상이 끝나면 종교별로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있은 후 질문과 답변을 한다. 잠시나마 다양하고 이질적인 여러 종교의 특징들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호응하는 이들이 많았다. 종교간의 차이 혹은 기원과 역사에 관한 심도있는 질문에서부터 이슬람교인들이 머리에 쓰는 터번의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등 호기심 어린 물음에 이르기까지 정겨우면서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크리스티애너티(Christianity)」로 분류된 우리 가톨릭은 개신교, 동방정교회 청년들과 함께 첫째날 저녁의 명상을 준비했다. 특별히 성탄을 앞두고 타종교인들에게도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인류구원 사업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흐뭇했다.
한편 세계 속의 젊은이들, 특히 유럽과 중동지역의 이들에게 비쳐진 한국은 종교적·정치적으로 아주 특이한 나라였다. 1993년도 이후의 문화관광부 통계를 보면, 앞서 말한 국내 6개 종단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우리가 단일 민족이면서도 다양한 종교를 어떻게 함께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너무나 궁금해하였고, 그러면서도 종교들간의 마찰이나 분쟁이 없다는 사실에 또한 놀라워하였다. 남북 문제에 대한 상당한 안목과 지식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감동의 절정은 둘째날 저녁에 있은 「문화 교류의 밤」에서였다. 모두들 준비해 돈 의상과 장식으로 분장하고, 고유한 춤과 장기(長技)들을 선보였다. 스리랑카에서는 사랑하는 남녀가 추는 춤을, 일본은 흥겨운 노동요를, 인도는 액막이(protecting devil) 춤을 보였다. 너나할 것 없이 흥겨움 속에서 춤과 노래를 함께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거기엔 분쟁도 증오도 국경도 없었다. 오직 하나로 용해된 기쁨만이 가득할 뿐. 소중한 느낌들을 가슴 속에 담았다.
우리 세 명의 차례가 되자, 준비해 간 비장의(?) 한복들을 꺼내 입고 그들 앞에 섰다. 고운 빛깔, 아름다운 의상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서로들 손과 손을 잡고 원을 이루어, 우리를 따라 강강술래를 함께 부르고 뛰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에서, 온 게셰가 이처럼 한마음으로 엮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마주잡은 손끝에서 일치의 힘들이 느껴졌다. 우리는 하나이며 늘 하나이어야 한다. 이 희망과 사랑의 고리가 영원히 끊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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