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냉덜하게, 또 고통스럽지만 확신을 갖고 기다리겠다. 신뢰하여라, 나는 세상을 이겼다.”
1934년은 드망즈 주교에게 시련의 해였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자랑스러운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소신학교 학생들이 죽고 한국인 신부들이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사고를 당하면서, 주교는 이를 두고 ‘악마의 대공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통스럽지만 확신을 갖고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1934년 4월 27일~8월 27일
지난 밤새 심한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 아침에 불려온 의사는 기관지염으로 진단했는데(열은 39도), 나는 그 진단을 선교사들의 피정 중간부터 알았다.
28일, 한국인 신부들이 병석에 있는 나를 잠깐 동안 방문했다. 나는 그들에게 피정강론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묵상과 영적독서로 대신하게 했다.
5월 2일, 기관지염은 나았지만 아직 기력이 없어 휴식이 필요하다. 병석에 누운 지 6일 만에 미사를 다시 드렸다.
11일, 우리 소신학생 중 1명이 서울에서 뇌척수막염으로 사망했다.
7월 4일, 더위가 아주 심해지고 있다. 37도.
9일, 또 서울의 우리 소신학생 한 명이 사망했다.
12일, 기온이 4일부터 도무지 떨어지지 않고, 30도와 38도 사이를 오르내리더니 밤에 갑자기 떨어져 22도에 무서운 바람까지 불었다.
16일, 아침 7시 수녀원에서 큰 십자가와 예수성심상을 축복하고, 이어 시약소(성요셉 무료진료소)를 축복했다. 시약소는 오늘 활동을 개시한다. 별로 덥지 않다.
8월 27일, 위생경찰이 시약소를 검사하러 왔지만, 비판할 것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9월 25일~12월 31일
나의 복사 야고보는 그의 아내가 44세인데, 이번에 9번째로 여자 아이를 낳았다. 하인 5명의 자녀들을 합치면 모두 34명이다. 인구 감소란 여기에서는 두려워할 바가 아니다.
10월 13일, 나는 일본과 만주의 모든 교구장과 교황사절에게 한국인 이민자들을 위한 한국 교구장들의 공동 서한을 보냈다.
31일, 라리보 주교와 영사 등이, 제물포에는 한 해군장교와 마르텔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터보트가 우리를 타위르호로 인도했다. 10시 갑판 위에서 무장 군인이 집합했으며, 내게 훈장(레지옹도뇌르 훈장, 프랑스 훈장 중 가장 명예로운 것으로 군공이나 문화적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한다)이 수여됐다. 정오에는 연회가 있었으며, 모터보트가 우리를 다시 육지로 데려다 준 후에 타위르호가 떠났다. 오후에 제물포본당을 방문했다. 제물포는 23년 만에 처음이었다.
12월 22일, 9명의 삭발자와 1명의 차부제와 11명의 부제 서품식.
31일, 예년처럼 이 해를 마무리했다. 한센병에 걸린 신부, 홍수, 정신이상이 된 선교사, 달아난 한국인 신부, 이것이 1934년 시련의 전체이다. 마지막 두 달은 교구 탄생 23년 이래 미문의 사건들이었다. 그것은 한국인 교구의 설정을 목전에 두고 벌인 악마의 대공격이다.(중략)
모르겠다. 무엇을 하게 될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들의 쇄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어 그래도 전진을 해야 할지, 또 악마가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할지, 막아야할지 두고 보자. 나는 냉정하게, 또 고통스럽지만 확신을 갖고 조용히 기다리겠다. 신뢰하여라, 나는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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