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지난 한 해 동안 ‘독서사목’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의 발제문을 담은 여섯 번째 매스컴 사목자료 「독서교육과 교리교육/성인 독서사목의 실제」.
그렇다면 ‘지식’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인터넷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정보 습득은 굉장히 쉬워졌다. 집 안에서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고전적인 미디어이기는 하지만 신문과 책도 훌륭한 지식의 보고다.
책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하며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확인시켜준 매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수입의 1%를 책 사는 데 투자하라”며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 추기경은 “옷이 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며 그 이유도 함께 밝혔다. 책에 담긴 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다.
그만큼 독서는 일상생활은 물론 신앙생활의 축을 이루는 중요한 활동이다. 신앙인의 영적성숙과 올바른 신앙실천으로 이끄는 사목활동과 독서가 만나면 기존 사목의 활성화, 신자들의 신앙성숙 등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때문에 최근 교회는 독서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추세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와 가톨릭신문이 지난해 4월부터 공동으로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을 기획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매스컴위원회는 이와 함께 2006년부터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의 지난해 주제를 ‘독서사목’으로 정하고, 4차례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연말에는 한 해 동안의 포럼 발제문을 담은 여섯 번째 매스컴 사목자료 「독서교육과 교리교육/성인 독서사목의 실제」(비매품)를 펴내기도 했다. 그 중 3개의 발제문을 소개한다.
■ 책 읽기를 통한 어린이 신앙교육 사례 -김두심(엘리사벳·살레시오 사회교육문화원)
오늘날 신앙교육에 있어서 가르치는 방법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곧 신앙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아동의 실제 삶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성경을 가지고 가르치기보다는 성경으로부터 가르치는 것을 역설했다.
아동기에 있어서 이야기의 역할은 아동의 성장 발달에 있어서 중요하다. 이 시기에 이야기에 대한 경험을 듣는 것을 학습하고, 어휘가 증가하고, 기억하는 것을 배우게 해준다. 교회에서는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르치는 일과 하느님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동으로 하여금 그분과 인격적인 만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아동들은 성경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등장하는 신앙의 인물들과 만남으로써 그들이 행한 바를 듣고, 보고, 깨닫는 과정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신앙교육은 성경을 가르치는 것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경은 하느님의 행적과 계시,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알아가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성경을 교육하는 것은 실제 교육의 현장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아동에게 적합한 주제의 이야기를 성경 속에서 선정하여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각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경 이야기가 각색된 그림책은 그리 많지 않고 교사가 직접 각색해 들려주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그림책 중 신앙교육에 활용 가능한 책을 선정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자신의 체험을 쌓아올리는 성장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변화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쌓고 자신의 세계를 점점 확대해 가는 성장을 해야 한다. 그런 성장이야말로 참으로 소중한 것이며, 독서가 이와 깊이 관련된 일이라는 것이 영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카네기상을 받은 작가 루이스의 생각이다. 신앙인의 성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신앙인으로서 참된 성장을 하기 위해서도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신앙인으로서 마음이 풍성하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진실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책과 더불어 고민하고 연구하는 교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 성경읽기를 통해 일상 안에서 길어 올리는 자기교육 -이은주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렉시오 디비나’는 수도승들의 배움 여정에서 이뤄지는 근본적인 훈련들 중 하나로서, 내용뿐 아니라 방법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하는 책읽기 방법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날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수백 쪽 분량의 텍스트를 주고서는 ‘속독하는 법’을 익히라고 다그치지만, 수도승들은 한 쪽이나 한 구절, 혹은 한 줄에 대해 여러 시간이나 여러 날을 들여가며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그들은 그런 독서를 ‘렉시오 디비나’ 즉 ‘거룩한 독서’라고 부르며 관상기도를 하듯 책을 읽는다.
청소년의 신앙교육의 장에서 렉시오 디비나를 활용한다면, 교사나 부모가 지식을 전달해주는 일방적인 전달식 수업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가 읽기 자료에 있는 본질적인 의미를 일상의 삶을 통해 깨달아 가는 체험적 독서방법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렉시오 디비나’를 적용하여 독서하면서, 빨리 읽으려는 습관에서 벗어나 책 속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음미할 수 있게 되며, 중요한 부분만을 발췌하여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에 따라 책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자신이 처한 문제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또한 짧은 구절을 반복하여 외우면서 책의 내용을 구체적인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정적이고 자아 성찰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렉시오 디비나를 적용한 책읽기를 하는 동안, 청소년들은 자신을 독특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인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기 탐색적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인식에 도달하게 되고, 감성적이고 인지적인 성숙을 꾀하게 된다.
렉시오 디비나를 적용한 책읽기 방법에서 교사는 매우 중요한 모델로서 시범을 보여야 할 뿐 아니라 책읽기의 중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삶의 지혜를 습득하고 인격 완성을 도모해 나가도록 강화해야 한다.
현대의 혼탁한 가치들을 헤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시켜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내면의 뿌리를 찾는 길을 알려주는 일보다 시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아 ‘렉시오 디비나’를 적용한 책읽기 방법은 안전하게 청소년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책읽기 방법으로써 일상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변화와 성숙의 자기교육을 해나가는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으로 본다.
■ 성인전 독서모임, 영적 독서나눔피정 - 서경룡 신부(서울 연희동본당 주임)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의 말씀을 계시하셨다. 하느님의 말씀 곧 하느님의 계시는 항상 온전히 모든 세대에 전달되도록 사도들에게 위탁되었다. 이 계시는 글로 기록된 성경뿐만 아니라 사도들의 설교, 증거, 예배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거룩한 표양과 삶을 담고 있는 성전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문자로만 완전히 표현되고 용해될 차원을 넘기 때문에 신학적 탐구와 영적인 것들에 대한 성인들의 체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이해되지 못한다. 달리 말해 성인들의 거룩한 삶과 가르침을 알면, 복음적 가르침과 덕행들을 깊게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앙생활의 발전에는 신앙의 모델이 필요하다. 성인들은 예수님이 작곡하신 복음이라는 악보를 그분들 나름대로 삶이라는 악기로 아름답게 연주하신 분들이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는 프랑스 군과의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우연히 성인열전을 읽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 도미니코 등 성인들의 삶을 본받으려는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성인전 독서가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구원의 역사에 등장하는 성조들과 선지자들의 거룩한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신앙에 필요하듯이, 교회의 역사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거룩한 삶으로 응답한 성인들의 삶과 정신을 배우고 본받는 것이 신앙인의 영신 발전에 매우 유익하다.
독서방법으로는 ▲독서 전에 관련된 성인에게 그 성인의 정신과 덕행을 깨닫고 본받을 마음을 주시도록 청하고 ▲감동을 주거나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을 노트에 수기로 쓴다.
이어 ▲독서를 통해 공감이 드는 체험, 깨달은 사실이나 자신이 변화해야 할 점 등을 정리하고 ▲기도 생활, 덕행 닦기, 악습과 결점 개선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영신의 진보 행위로 이어지도록 힘쓰는 것이 좋다.
모임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1~2회 갖고, 시작기도는 ‘성모성심께 바치는 봉헌기도’(가톨릭기도서 83쪽), 마침기도로 ‘수호성인께 바치는 기도’(구 가톨릭기도서)를 바치면 좋다. 특히 분량이 많은 책은 독서할 진도를 나눠 심도 있는 나눔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임은 토론의 장이 아니라 나눔의 장으로써 발표자들의 말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