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상봉역에서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춘천역까지 81.3km에 달하는 경춘선 복선 전철길은 기존 경춘선 무궁화 열차로 1시간 50분 걸리던 춘천가는 길을 1시간 3분으로 단축시켰다. 춘천은 이제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서울시 춘천구’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명실상부한 수도권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청평, 가평, 강촌 등 아름다운 관광지와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춘천교구도 수도권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새로운 겨울을 맞은 춘천교구 겨울 명소로 함께 떠나보자.
춘천가는 새로운 열차
2010년 12월의 마지막 날, 경춘선 복선전철에 올랐다. 상봉역에서 춘천까지는 정확히 79분 걸린다. 급행은 63분. 상봉역에서 망우-신내(미개통)-갈매-별내(미개통)-퇴계원-사릉-금곡-평내호평-묵현(미개통)-마석-대성리)까지 35분. 그리고 춘천교구가 시작되는 청평역까지는 42분 소요된다. 이른바 ‘서울시 춘천구’라는 말이 실감난다.
기존 경춘선 열차 노선과 조금 다르긴 했지만 춘천가는 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연일 내린 폭설로 뒤덮인 산과 강은 경춘선 전철 창밖으로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기대와 설렘으로 북적이던 전철 안은 눈과 산과 강의 아름다움에 이내 고요해졌다. 도심의 건물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강촌성당서 잠시 쉬고
춘천교구가 시작되는 청평역 인근에는 영화 ‘편지’의 촬영지 아침고요수목원이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 청평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청평터미널에서 30~50분 간격의 수목원행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청평역에서 4.8km, 5분 거리에 있는 상천역의 부역명은 ‘호명호수’다. 상천역에서 도보로 1시간가량 걸리는 호명호수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절경으로 가평8경 중 하나로 지정돼있다. 상천역-호명호수-호명산 정상-청평역으로 이어지는 10km 등산코스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상천역에서 7.1km, 6분 거리에 있는 가평역 인근에서 눈여겨 볼 관광 코스는 ‘가평올레길’(128km, 44시간 30분) 10코스. 가평역에서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장 등을 잇는 1코스(5km, 1시간30분)와 자라섬에서 승안천을 걷는 수변형 올레길 2코스(6km, 2시간)를 추천한다.
굴봉산역을 지나면 백양리역이 나온다. 백양리역에서 엘리시안강촌스키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면, 하얀 눈밭이 펼쳐진다.
아담한 실레마을공소
백양리역에서 2.9km, 4분 거리에 있는 강촌역에는 구곡폭포, 문배마을, 강촌유원지, 강촌성당 등의 볼거리가 있다. 강촌역 신 역사에서 나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구곡폭포가 나온다. 매표소에서 구곡폭포까지 이어진 눈 덮인 700m 등산로와 꽁꽁 언 구곡폭포 빙벽이 장관이다. 깔딱고개 너머엔 자연부락인 문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토종닭, 산채백반 등의 토속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강촌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다 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 한 후 20분 정도 걷다보면 강촌성당이 나온다. 성당에서 잠시 쉬며 자연을 묵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강촌역에서 5.3km, 6분 거리에 자리한 김유정역에는 김유정문학촌과 실레마을공소가 자리 잡고 있다. 김유정역에서 2시 방향을 바라보면 작은 십자가와 함께 하얀 공소 건물이 보인다. 이 실레마을공소엔 춘천교구 제6대 교구장 장익 주교가 머물고 있다. 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난 큰 길을 따라가다보면 김유정문학촌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소설 ‘동백꽃’, ‘봄·봄’, ‘만무방’ 등의 배경이 된 실레이야기길에 대한 소개, 김유정의 생애 등을 담은 김유정기념전시관도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김유정역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위치한 실레마을공소의 모습. 작은 앞 뜰에는 성스러운 고요함이 깃들어 있다.
▲ 겨울이면 90도로 경사진 구곡폭포 빙벽으로 산악인들이 몰려든다. 꽁꽁언 빙벽과 하얗게 뒤덮인 눈꽃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김유정문학촌에는 실레마을 출신 소설가 김유정의 생애,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김유정기념전시관과 김유정 동상 등이 자리잡고 있다
죽림동성당과 소양로성당
전철의 종착역은 춘천역. 김유정역에서 남춘천역을 지나 춘천역까지는 10분 거리다. 새로 단장한 춘천역은 전철을 타고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고 있다.
춘천을 가장 효율적으로 둘러보는 방법은 춘천시가 운영하는 시티투어(성인 5000원, 문의 033-257-5533)를 이용하는 것이다. 춘천역에서 매일 10시에 출발해 소양강처녀상, 소양댐, 풍물시장 등 요일별로 차별화된 코스를 선보인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신앙인이라면 죽림동주교좌성당과 소양로성당 등을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6·25 전쟁 순교 성직자들이 잠들어 있는 교구 성직자 묘역이 뒤뜰에 자리 잡고 있는 죽림동주교좌성당은 근대 문화 유산으로, 소양로성당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유서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오후 5시 25분, 상봉행 급행전철이 출발 대기 중인 춘천역.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춘천역 철길 위로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새해 마지막 날을 춘천에서 보내고 상기된 표정으로 하루의 추억을 나누는 귀경객들의 모습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춘천시민의 분주한 발걸음이 교차하는 풍경. 그곳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소통’이 일어나고 있었다.
▲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성직자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춘천교구 성직자 묘지는 죽림동주교좌성당 뒤뜰에 위치해있다.